故 설리와 '다큐플렉스', 무엇이 남았나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설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겠다는 취지로 제작된 MBC 다큐멘터리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가 방송 이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방송은 생전 설리에게 쏟아진 무차별한 악플과 책임 없는 언론, 연습생 및 연예계 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담았지만, 무엇보다 설리 어머니 김수정 씨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설리와 최자의 공개 연애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수정 씨는 "열애설 전까지는 온 가족이 다 행복하고 좋았다. 갑자기 13살이나 많은 남자친구가 나타난 건 중간 과정 없이 너무 많은 계단을 상승한 것이었다"며 최자와의 공개 연애 때문에 이후 관계가 단절됐다고 밝혔지만, 설리의 지인들이 나서서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설리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A씨는 자신의 SNS에 "어떻게 당신께서는 아직도 그렇게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참 놀랍고 씁쓸하고 슬프다"며 "진리가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과 고된 스케줄을 감내하며 일을 할 때에 다른 가족 분들은 무얼 하고 계셨나요? 어머니, 분명 일을 하고 계셨던 걸로 아는데 하시던 일은 언제부터 그만 두셨던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당신께서는 진리가 벌어오는 목돈을 단순 생활비 외의 곳에 사용하며 편하게 지냈고, 그랬기에 진리가 돈 관리를 본인이 하겠다고 하니 화가 나서 연을 끊은 것"이라며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제발 더 이상 진리를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내용에 대해서도 A씨는 "이 방송은 무얼 위해 기획된 거냐, 진리의 일기장은 왜 공개를 한 거고 이 방송을 통해 진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게 진리를 위한 거였냐"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그것이 알고싶다'와 이번 '다큐플렉스' 인터뷰에 참여했다는 B씨 역시 "그 누구도 비판하지 않고' '시스템을 바꾼 인물'이 아니라 최진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조명하겠다는 취지라고 연락을 받아 취재에 응했다. 그런데 이번 다큐('다큐플렉스')는 '최진리'가 아닌, '최진리의 엄마' 다큐멘터리가 되었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후 설리의 친오빠는 이를 반박하고 나서며 "당시에 존중해줬던 친구들이 이딴 식이라니.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친구라고?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라며 "진짜 친구라면 잘못된 방향을 지적해줄 수 있는 게 진짜 친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설리의 지인 몇몇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언쟁을 이어간 후 "저희 가족은 동생과 연락을 끊은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오해들로 친구들에게 누명 아닌 누명을 씌우게끔 언행한 점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편, '다큐플렉스' 제작진이 과거 설리와 연인 관계였던 다이나믹듀오 최자를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끌고 오면서 방송 이후 최자를 향한 악플이 쏟아졌다. 이에 동료 개코는 자신의 SNS에 "최고의 시청률이 제작 의도였다면 굉장히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고 제작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중들은 '다큐플렉스'가 한 개인으로서 설리의 길지 않았던 생애를 재조명하고 여성 아이돌을 보는 대중과 언론의 감수성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방송이 되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은 것은 결국 설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향한 2차 가해와 다시 시작된 폭로와 공격 뿐이라는 사실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