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홍매화가 그렇게 곱대요?
[구례=스포츠Q 이두영기자] 20일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전남 구례 화엄사. 비가 내리고 있고 시간이 오후 3시가 지났는데도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차량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주말이긴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았는데도 방문자가 꽤 많다.
나들이객들을 화엄사로 강하게 끌어들이는 것은 현존하는 국내 최대 불전인 각황전(국보 제67호),높이 6.4m로 세계 최대 석등인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호) 등 눈부신 문화재가 아니다. 그것은 수령이 300년이 넘은 홍매다. 흔히 화엄사 홍매화로 통하는 나무다.
이 매실나무는 해마다 3월 초·중순에 주법당인 대웅전과 각황전 사이 마당 가장자리에서 붉디붉은 꽃을 푸지게 터트린다. 고령인데도 아직 가지들이 풍성하구 싱싱해서 꽃의 색깔도 찬란하다.
요즘에는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거의 매일 새벽부터 이 진기한 매화를 구경하고 촬영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주말에는 동이 트기 전부터 사진 각도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이 매화는 개화했을 때 색이 너무 붉어 보는 이에 따라서 거뭇하게 보이기도 해서 흑매라고도 한다.
화엄사에는 이 홍매의 유명세에 가려져 인기는 적지만 기억해둘 만한 나무가 따로 있다. 화엄사 뒤쪽 구층암 근처 계곡 절벽에 있는 들매화(천연기념물 제485호)다.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이 매화는 꽃이 하얗게 피는 백매로 수령이 400년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너무 오래되어서 기운이 쇠한데다가 관리를 잘못해서 훼손된 줄기가 충전재로 수리돼 있다.
스님과 절간 방에서 차를 마시며 내력에 관해 들었다.
“주변에 있는 대나무를 싹 베어내서 들매화가 고통이 컸을 거예요.” 스님은 “들매화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관리한답시고 산죽을 베어내니 매화 뿌리에 공급되던 수분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며 천연기념물은 지정은 하되 자연상태 그대로 보호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화엄사 들매화는 꽃이 화려하지 않고 개화했다가 지는 분위기여서 큰 볼품은 없다.
화엄사 홍매화는 지금 절정이며 화려한 상태가 1주일 정도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절 아래 상가에는 가히 맛집이라고 해도 좋을 식당들이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