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한준희-UEFA 라이센스' 후에고FC, K7구단 그 이상의 비즈니스 [SQ인터뷰①]
[마포=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이 단장을 맡고, 유럽축구연맹(UEFA) 프로(PRO) 라이센스를 취득한 권혁민 코치가 지도하는 K7리그 구단이 등장했다.
K7리그는 대한축구협회(KFA)가 추후 프로(K리그1·2)와 세미프로(K3·4리그), 아마추어(K5~7리그)를 잇는 승강제를 구축하기 위해 고안한 디비전 시스템의 가장 아랫단계다. 조기축구팀에 가입해 주기적으로 공을 차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풀뿌리 대회로 볼 수 있다.
이따금씩 선수 출신도 섞여있지만 순수 아마추어가 대부분인 K7리그에 UEFA가 공인한 지도자라니. 게다가 단장이 축구 팬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한준희 해설위원이고, 전력분석관도 둘이나 있다. 그런데 또 이들의 모토는 '지도자 사관학교'라고 하니 눈길이 간다.
축구와 e스포츠를 아우르는 싱크탱크(여러 영역 전문가를 조직적으로 모아 연구·개발하고, 그 성과를 제공하는 조직) '후에고'에서 전에 없던 색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포츠산업에 일가견 있는 스포츠Q(큐)가 이를 지나칠 리 없다.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e스포츠라운지 '엘 후에고'에서 조집(37) 후에고 대표를 만나 후에고FC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물었다.
- 후에고FC의 목표가 '지도자 사관학교'라는 게 독특하다.
"승격을 노리는 건 모든 팀의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팀 코치로 모신 분들이 K7 레벨에서 일반적이진 않다. 스페인에서 축구를 공부한 분들이 K7 구단을 지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축구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후에고 플랫폼에 들어오도록 유인하고자 한다.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이들뿐만 아니라 지도자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후에고FC를 찾게 만들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후에고는 현대축구 패러다임을 바꾼 스페인 등 축구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축구 전술 및 코칭 이론을 한국에 전파해왔다.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축구판에 전무했던 시도로 축구산업 종사자 및 지망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신화 일원인 레이먼드 베르하이옌(네덜란드) 웨일스 국가대표팀 코치를 초청, '축구주기화의 원칙'을 주제로 코칭 커리큘럼을 열었다. 또 스페인 축구지도자 육성협회(AFEN) 강사를 초빙해 훈련방법론 및 전술분석 교육을 실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축구의 전술적 이해'라는 온라인 강의를 론칭하기도 했다.
한국인 최초로 UEFA 프로 라이센스를 취득한 오동훈 충남 아산 18세 이하(U-18)팀 감독이 한국 축구판에 연착륙하는 걸 간접적으로 도왔다. 오 감독은 비선수 출신으로 브라질,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유학하고 일한 덕에 이론과 현장 경험을 고루 갖춘 젊은 지도자 중 하나다.
- 역시 UEFA 프로 라이센스를 보유한 권혁민 코치가 부임했다.
"오동훈 감독 지인이다. 오 감독이 스페인에서 닦아놓은 길을 뒤따르다 한국에 들어왔다. 오 감독 능력을 높이 산 우리는 그가 한국에서 자리잡도록 도운 경험이 있다. 그때보다 좀 더 시스템이 구축된 이때 권 코치 같이 젊고 유능한 지도자를 서포트해 빛을 보게 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비단 권 코치뿐만 아니라 지도자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후에고FC로 모여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앞서 스페인 전술 코칭 이론, 축구 주기화 원칙을 다룬 코스를 열었다. 반응은 어땠나.
"베르하이옌 코치는 현재 네덜란드 축구인들과 'FCE'라는 조직을 만들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거기서 공부한 축구인 중 한 명이 김주표 수원 삼성 U-15 코치다. 한국에서 FCE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 했던 김 코치가 우리와 손잡았고, 축구 주기화 원칙 코스는 수개월 기획 끝에 성사된 프로젝트였다."
"K리그 유소년 담당 부서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산하 유스팀 지도자 40여 명이 단체 수강하기도 했다. 파일럿 개념으로 기획했는데, 첫 회부터 반응이 좋았다. 주기적으로 이어갈 계획인데, 현재는 코로나 사태로 쉬게 됐다. 이후 더 다양한 기관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직후 포르투갈 '전술적 주기화 학회'와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코로나 탓에 발이 묶였다."
- 아직 후에고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입축구(入축구)'라는 팟캐스트를 하다 네이버 웹진 에디터 제안을 받은 박수용 디렉터, 그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한 게 연남동에 게임 'Pro Evolution Soccer(위닝일레븐)' 메카로 유명한 플스방을 운영하던 조집 대표다. 동영상 편집자로 자원한 전성우 PD까지 함께 웹진을 발행했는데, 운 좋게 포털 메인에 걸렸다. 네이버가 오디오클립 플랫폼을 론칭했을 때 계약해 스포츠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 왜 이름이 '후에고(Juego)'인가.
"스페인은 현대축구 변혁을 이끌어낸 곳이다. 거기서 통용되는 개념을 갖고 회사 이름을 지었다. 축구에서 중요한 개념인 '포지션 플레이(Juego de posicion)'를 간단히 정의하면 상대 수비를 한 라인씩 벗겨 골을 넣는 것이다. 우리 앞에 닥친 장애를 차례로 넘어 하고자 하는 것을 펼치겠다는 뜻을 담았다."
*juego는 '놀이'를 뜻하는 스페인어. 후에고는 비단 축구에만 국한되는 조직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 ②, ③편에서 이어진다.
-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계간지 '후에고 축구지'를 출간하면서다.
"일종의 전략이었다. 인터뷰라는 명목 하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했다. 웹에서 시작한 이유는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예전만큼 팔리지 않는다지만 책만이 갖는 가치와 아우라가 있다. 책을 매개로 접근하면 우리 존재를 몰라도 만나줄 거라 생각했다."
"정치계에는 이미 싱크탱크란 개념이 활성화된 지 오래다. 우리 정체성을 싱크탱크로 잡고 축구계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한국 축구를 위한 지도자를 육성하자'는 추상적인 모델로 시작해 점점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다."
- 이제 축구팀까지 만들었다. 후에고FC의 지향점은 뭘까.
"후에고FC는 축구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후에고의 축구산업 전부를 통칭한다. 우리는 늘 '팀'으로 일하고 축구는 '팀' 스포츠니까 후에고FC라는 이름으로 개편했다."
"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이 '기존 개념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 조언했다. 간략히 말하면 '한국의 무리뉴를 만들자'는 포부다. 지도자 사관학교 콘셉트로 지도자들을 브랜딩해 능력 있는 코치들을 배출하는 게 목표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덩달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동안 축구 관련 많은 행사를 진행했는데, 앞으로는 그 모든 걸 후에고FC라는 개념에 녹여낼 것이다. 지도자 커리큘럼, 오디오 콘텐츠 등 그동안 축구를 주제로 다뤘던 전부를 포함한다."
- 뿐만 아니라 일본 최고 축구매체로 통하는 '풋볼리스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풋볼리스트 편집장과 모기업 대표를 한 번에 알게 됐다. 일본은 아시아 축구 네트워크 중심에 서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 풋볼리스타는 한국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는 데 흥미를 가졌고, 우리 콘텐츠가 자신들의 콘텐츠에 비견할만한 것이라 판단하고 먼저 협업을 제안해왔다."
- 풋볼리스타와 후에고FC가 닮은 점이 있다고.
"풋볼리스타는 일본의 젊고 유능한 지도자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페이스북 그룹도 있다. 현재 해설위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중계하고 있기도 한 장영훈 코치가 지난해 풋볼리스타와 함께 웨비나(웹+세미나)를 진행했을 때 일본 현지 U-12 감독, 가시마 앤틀러스 유스 코치들이 참석하는 등 한국에서보다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 후에고 성장 핵심동력은 네트워크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은 비결이 궁금하다.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 신기하리만큼 운이 좋았거나, 네트워크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잘 모르는 분야에서 아는 척하기보다 전문가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 장애를 해결하고, 함께 발전하고자 한다. 계산하지 않고 진심을 전달한 게 통한 것 같다. 싱크탱크 개념을 공부해 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전략을 모방한 결과다."
- 축구팀을 넘어 축구 비즈니스, 소셜클럽을 꿈꾼다고 했다. 구체적인 비전은?
"네트워크를 살릴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준비 중이다. 모든 프로모션을 거기서 진행, 집단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이 앱은 범위를 넓혀 아시아 전체를 타깃으로 한다. 우선 한국-일본 동시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여름부터 개발에 들어가 내년 1월 베타 버전을 내놓고자 한다. 동시에 아시아권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감히 한국 축구를 바꾸겠다는 거창한 뜻이 아니다. '아시아 축구판에서 재밌게 놀아보자'는 마음이다."
- 축구팀 후에고FC의 향후 계획은?
"5월 15일 K7리그 강북구 C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성적이 중요하진 않지만 '지도자 사관학교'라는 콘셉트에 빠르게 다가가려면 빠른 시일 내 전력을 끌어올려 우리 코치진 인사이트를 보여주고, 스토리를 만들 필요는 있다."
"KFA는 디비전 시스템 구축을 천명했다. 한국 축구산업 안에서, 디비전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싶어하는 팀들이 많다. 김태륭 핏투게더 이사가 단장으로 있는 '재기 전문' 축구팀 TNT FC, 생활축구 전문 인플루언서 '상도동 말디니'가 이끄는 도르마무FC 등과 정기 교류전을 브랜딩할 생각도 있다."
*후에고 인터뷰는 ②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