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없어도', 예감 좋은 서튼호 잇몸 야구

2021-05-22     안호근 기자

[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리더격인 선수가 없어 아쉽지만 다른 선수들이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란다.”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수장 래리 서튼 감독(51)의 말이다. 팀 내 타율과 홈런, 타점 모두 1위(규정이닝 충족 선수 중) 타자를 잃은 감독의 뻔한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잇몸’도 얼마나 단단할 수 있는지 롯데 타자들이 직접 보여줬다. 꼴찌팀답지 않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을 해법을 제시했다.

 

한 때 ‘조선의 4번타자’라고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뽐냈던 이대호다. 지난해 2시즌 성적은 다소 아쉬웠으나 올 시즌엔 절치부심했다. 35경기에서 타율 0.328 8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최하위 롯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런 이대호가 쓰러졌다. 지난 18일 한화 이글스전 솔로홈런을 때려낸 뒤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뒤 교체됐는데 19일 바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구단은 좌측 내복사근 부근 파열이라고 밝혔다. 회복까진 2주 가량 시간이 필요할 예정이고 이후 기술훈련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서튼 감독 부임 후 지시완, 나승엽 등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리빌딩을 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심축의 이탈은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21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서튼 감독은 안치홍을 4번 타자로 내세웠고 한동희에게 5번 중책을 맡겼다. 나승엽과 김민수, 지시완 등도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우려와 달리 1회부터 타선이 불을 뿜었다. 정훈과 손아섭의 연속 안타로 시작된 경기. 전준우의 땅볼 타구로 아웃카운트가 하나 늘었지만 안치홍이 주자 2명을 불러들이는 3루타로 2점을 뽑아냈다.

한동희도 깔끔한 우전 안타로 1점을 보탰고 나승엽과 김민수의 연속 볼넷 이후 지시완이 1타점 좌전안타로 빅이닝을 완성시켰다.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5-0으로 앞선 4회초 지시완과 딕슨 마차도, 정훈의 연속 안타 이후 손아섭의 행운의 내야안타, 전준우의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2점을 보탰다. 5회엔 한동희의 호쾌한 솔로포, 8회엔 전준우의 쐐기 우전안타로 9-1 완벽한 대승을 거뒀다.

서튼 감독은 “타선이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뽑아내 상대를 초반부터 압박할 수 있었다. 굉장한 승리였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15승 23패, KIA 타이거즈와 공동 9위가 됐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롯데가 긍정적 변화를 위한 기분 좋은 예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