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쇼타임, 남자 에페도 "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 펜싱]

2021-07-30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국민 검객’ 박상영(26‧울산시청)이 펑펑 울었다. 5년 전 브라질에서보다 성적은 낮았지만 의미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박상영, 권영준(34·익산시청), 송재호(31·화성시청), 마세건(27·부산광역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은 30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물리쳤다.

박상영이 왜 2016 리우올림픽 에페 개인전 챔피언인지를 보여준 하루였다. “할 수 있다”를 되뇌고선 10-14를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이날 닷새 전 개인 8강전에서 시크로시 저게리(헝가리)에 져 탈락한 걸 분풀이하듯 맹위를 떨쳤다.

첫 경기인 8강 스위스전이 압권이었다. 30-34로 뒤진 채 마지막 9라운드에 나선 박상영은 32-36에서 무려 6연속 점수를 뽑아 탈락 위기에 몰렸던 한국을 구해냈다. 4강 일본전에서 패한 뒤 열린 중국전에서도 그는 34-34인 가운데 최종주자로 나서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김영호를 시작으로 펜싱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올라섰으나 그간 남자 에페는 단체전 메달이 없어 속을 앓았다. 앞서 열린 단체전 27일 여자 에페 은메달, 28일 남자 사브르 금메달로 이어진 기세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중에서도 세계랭킹 8위 박상영의 어깨가 유독 무거웠다. 대표팀 멤버 넷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기량이 출중해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권영준, 송재호, 마세건은 랭킹이 50위 밖인데다 올림픽 경험마저 없으니 에이스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막중했다.

박상영은 에이스답게 권영준, 송재호가 선전하면서 중국과 대등한 상황을 만들어주자 역시나 위용을 뽐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겪은 컨디션 난조, 부상으로 인한 두 차례 수술까지 그간 겪은 마음고생을 날려버린 퍼포먼스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상영은 “리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운동을 많이 했지만 (도쿄서)결실을 맺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며 “다행히 동메달을 땄다. 한국 최초의 (에페 단체) 동메달이라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이로써 한국 펜싱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메달을 딴 종목은 남자 사브르(2012 런던‧2020 도쿄 금), 여자 에페(2012 런던‧2020 도쿄 은), 여자 플뢰레(2012 런던 동)에 남자 에페(2020 도쿄)까지 6개로 늘었다.

여자 에페, 남자 사브르, 남자 에페까지 전부 포디엄에 올라 기세를 올린 한국 펜싱이다. 31일엔 여자 사브르 단체가 추가로 메달에 도전한다. 2012 런던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서울시청),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레전드 투수 윤학길의 딸로 알려진 윤지수(서울시청) 그리고 최수연, 서지연(이상 안산시청)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