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지운 벤투호, 그 중심에 선 '96라인' [SQ초점]

2021-11-11     김의겸 기자

[고양=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황희찬(울버햄튼)과 황인범(루빈 카잔), 그리고 김민재(이상 25·페네르바체). 1996년생 3인방이 공격과 중원 그리고 수비 요소요소에 안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1-0으로 눌렀다. 득점은 많이 나지 않았지만 경기내용은 무결점에 가까웠다.

3승(2무)째 거둔 한국은 승점 11을 쌓아 같은 날 레바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선두 이란(승점 13)에 이은 그룹 2위를 지켰다. 남은 5경기 중 4경기가 중동 원정인 가운데 본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유럽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는 '96라인'이 완승에 앞장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종일관 좌우를 흔든 황희찬이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었다. 그 페널티킥을 얻어낸 황인범은 창의적인 패스와 탈압박으로 공수를 연결했다. 김민재는 변함 없이 '탈아시아' 기량을 앞세워 UAE 공격진을 압살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합작한 뒤 군 면제 혜택을 입고 나란히 유럽에서 활약 중인 3인방은 이제 대표팀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김민재와 황인범은 벤투 감독의 황태자나 다름 없이 붙박이 주전으로 기회를 얻고 있다. 최근 황희찬도 자신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면서 측면에서 자리를 꿰찼다.

지난여름 터키리그에 진출한 김민재는 현지에서 이미 대체 불가 자원으로 통하고, 황인범은 두 번째 시즌 만에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주장 완장을 다는 경험도 했다. 황희찬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미진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연착륙했다.

셋 모두 유럽 진출 후 대표팀에서도 한층 성숙해진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황희찬의 선제골이 나오자 김민재와 황인범까지 1996년생 세 선수가 모여 팬들을 향해 하트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이제 대표팀 분위기까지 주도할 정도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황인범은 한때 벤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음에도 도전적인 플레이스타일상 패스미스가 생길 때마다 경기력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다. 황희찬 역시 공격작업에서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제는 그런 과도기를 거쳐 자신감을 장착,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날 대표팀은 경기 초반 거리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하며 상대 밀집수비를 끌어냈다. 이른 시간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뒤에도 골대를 3차례나 강타하는 등 큰 위기 없이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번 최종예선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모든 순간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많은 찬스가 난 만큼 조금 더 일찍 경기를 매듭지을 수 있었기에 득점이 부족했던 건 아쉽지만 경기력과 선수들의 자세에 대해선 기쁘다"고 밝혔다.

황희찬은 "중요한 경기 팬들과 즐기면서 이길 수 있어 기쁘다"며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해) 선수들도 인지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골을 많이 넣으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고 더 빨리 매듭지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더 좋은 경기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96라인 상승세에 힘입어 궤도에 오른 벤투호는 오는 16일 자정(한국시간, 17일 0시) 이라크와 원정 6차전에 나선다. 1차전 홈경기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긴 만큼 적지에서 꼭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황희찬은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더 좋은 위치에 가게 된다는 걸 이번에 소집되기 전부터 모두들 인지하고 있었다. 너무 좋은 기회다. 힘든 경기였기 떄문에 회복에 집중하면서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