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 체제 토트넘, 손흥민 10번으로 진화?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유럽대항전 충격적인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29)이 '원맨쇼'로 안토니오 콘테 신임 감독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새로운 지도자를 만날 때마다 진화를 거듭한 그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포드와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87분을 소화하며 1골을 넣고 자책골 하나를 유도했다.
2-0으로 승리한 토트넘은 리그 2연승을 달리며 승점 22째 쌓았다. 같은 날 7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21·맨유)에 패한 5위 아스널(승점 23)을 바짝 추격했다. 지난 주말 번리전이 기상 악화로 취소돼 다른 팀들보다 1경기 덜 치렀다는 걸 감안하면 콘테 감독 부임 뒤 리그에서 상승세가 확연하다.
이날은 특히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경기라는 분석이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세르히오 레길론과 짧게 공을 주고받은 뒤 왼쪽 측면에서 수비 하나를 제치고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공이 브렌트포드 세르히 카노스 머리 맞고 골대 안으로 향하면서 토트넘에 리드를 안겼다.
후반 20분에는 장기인 역습을 통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넣었다. 해리 케인이 하프라인 뒤에서 내준 패스를 레길론이 받아 왼쪽 측면을 질주했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쇄도해 레길론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로 차 넣었다.
지난 10월 18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이후 5경기 만에 시즌 6호골이자 리그 5호골을 생산했다. 지난달 비테세(네덜란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러피언 컨퍼런스리그(UECL) 조별리그 4차전 이후 거의 1달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콘테 감독은 브렌트포드전 앞서 "손흥민이 9번 자리에서 뛰는 걸 봤는데, 내 생각에는 그가 10번을 맡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리백을 쓰는 콘테 감독 부임 후 손흥민은 중원으로 내려와 공격 작업에 관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날 그는 피니시를 위해 전방으로 침투하기도 했지만 주로 2선에 머물며 공격을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 케인이 맡았던 롤과 비슷하다. 탈압박에 능한 데다 동료를 활용해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손흥민의 재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이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유효슛 2개를 생산하고, 공중볼 경합에서도 2번 이겼다. 드리블을 1차례 성공하고, 전담키커로 코너킥도 10개 처리했다. 높은 위치에 머물렀음에도 높은 패스성공률(81%)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팬 투표를 거쳐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BBC와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을 이날 경기 MOM(Man of the Match)로 꼽았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는 손흥민에게 팀내 최고 평점 8을 부여했고, 축구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는 팀에서 3번째로 높은 7.7을 줬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의 활약은 콘테 체제가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는 신호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데일리메일을 통해 "모든 선수들은 90분 내내 자신이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끊임 없이 콘테 감독 요구에 응해야 하는데, 구제적인 주문이 큰 도움이 된다"며 "그는 매우 열정적이며, 난 그가 일하는 방식을 사랑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열정적으로 뛰고 싶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번리전이 취소돼 11월 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브렌트포드를 잡고 모처럼 연승을 달린 토트넘에 12월 일정은 올 시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는 5일 오후 11시 노리치 시티를 상대한 뒤 10일 오전 5시 스타드 렌(프랑스)과 UECL 그룹스테이지 최종전에 나선다. 승리해 조 2위를 확정하면 UEFA 유로파리그(UEL) 각 조 3위로 탈락한 팀과 16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
리그 일정은 매우 빡빡하다. 12일 오후 11시 브라이튼을 만나고 나면 17일 레스터 시티를 시작으로 리버풀(20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22일), 크리스탈 팰리스(27일), 사우샘프턴(29일), 왓포드(1월 2일)까지 거의 사흘 간격으로 경기한다. 몰아치기에 능한 손흥민이 토트넘 상승세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