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사라진 '연예대상', 지상파 예능 잔혹사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지상파 '연예대상', 기대감도 긴장감도 없다.
지상파 연말 시상식의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 대상 후보에 새로운 얼굴은 드물고, 트로피는 공동 수상으로 남발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는 '미운 우리 새끼'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SBS가 팀 단체 대상을 시상한 건 올해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올해 SBS에서 독보적으로 활약한 예능인이 없었다는 사실을 시사하기도 했다.
MC 신동엽은 대상 수상 후 "누가 대상을 탈까 궁금해 하며 지켜본 시청자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다른 분들께 죄송하다"며 "'그냥 한 새끼만 주지'라는 마음이 분명히 있으셨을 텐데 제작진 입장에서는 누구 한 사람만 주기 힘들어서 어렵게 팀으로 상을 준 것 같다"고 멋쩍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날 지석진이 수상한 '명예사원상'은 시청자들에게 의문을 남겼다.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런닝맨' 원년 멤버이자 맏형으로 활약한 지석진에게 최우수상도 대상도 아닌 구색 맞추기 용 '명예사원상'을 안겨주는 SBS의 태도는 씁쓸함을 안긴다.
올해 SBS 연예대상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 등 장수 프로그램이 상을 나눠가지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새로운 얼굴로는 쇼·스포츠 부문 최우수상(박선영), 최우수 프로그램상 등 8관왕을 기록한 '골 때리는 그녀들'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연예대상 방송 직후 편집 조작 논란이 불거져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25일 열린 '2021 KBS 연예대상' 역시 치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청자 투표로 진행되는 '최고의 프로그램상' 후보는 '1박 2일 시즌 4', '개는 훌륭하다', '불후의 명곡',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후보에서 빠진 '신상출시 편스토랑'을 제외하면 작년과 동일한 라인업이다.
대상 수상자 역시 예측이 쉬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김숙, 2019년에 단체 대상을 받았던 박주호 가족, 2016년에 대상을 받았던 김종민, KBS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1개뿐인 전현무와 함께 올해 KBS에서 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문세윤이 후보에 올랐고, 큰 이변 없이 문세윤이 생애 첫 대상을 수상했다.
시상 부문 쪼개기, 상 나눠주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SBS 연예대상'과 비교하면 무난했다는 평이지만, 일부 장면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이휘재는 ‘연중 라이브’ 공동 MC인 이현주가 수상 소감을 하는 와중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은 "대한민국 슈퍼맨을 기다립니다. 김용건님 김구라님 조정석님 고수님 류현진님 태양님 첸님 바비님 찬성님"이라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방송에 비췄다. 최근 자녀가 태어났거나 임신 소식이 알려진 연예인을 섭외하고 싶다는 의도였으나, 혼전 임신이나 낙태 종용 이슈가 있던 이들을 대놓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MBC는 오는 29일 '2021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있다. MBC 역시 간판 예능 '놀면 뭐하니?'를 제외하면 올해 뚜렷한 성과를 낸 예능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다. '놀뭐'와 함께 간판 예능으로 꼽히던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 몰래카메라 관련 논란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SBS·KBS 연예대상에 참석하지 못한 유재석이 유일하게 참석하는 MBC 연예대상에서 올해 7번째 대상을 차지할지 시선이 모인다. '놀면 뭐하니'가 멤버십 프로젝트로 변화를 꾀한 만큼, 이미주 등 새로운 예능인의 수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상파 예능 역시 OTT, 유튜브 등 채널 다양화로 인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신규 프로그램의 흥행 없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연말 시상식을 향한 비판 역시 매년 반복될 것이다. 2022년 연말은 '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난 시상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