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학교 조작 제작진, 피해자 합의에도 2심 실형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2017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엠넷(Mnet)의 프로듀서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예영 장성학 장윤선 부장판사)는 26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책임프로듀서(CP)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엠넷 제작국장 김모 씨는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이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김 CP 등은 아이돌학교가 방영된 2017년 7∼9월 당시 시청자 유료 투표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회차에서는 투표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고, 공지된 시간 외에 투표된 약 8000표에 대해선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김 CP에 대해 1심에서 유죄로 본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반면 1심에서 투표 조작의 방조범으로 판단된 김씨는 항소심에서 공범으로 인정돼 형량이 늘었다. 재판부는 "제작국장으로 김 CP의 보고를 받아 큰 틀에서 방향을 설정한 점, 대형 프로그램 최종 데뷔조 선정은 회사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CP가 단독 결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비춰보면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 가장 큰 피해자인 출연자 A씨(이해인)가 합의를 해주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나 A가 방송사나 PD들과 전혀 대등하지 않은 관계이기 때문에 합의 의사를 양형에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 선고를 접한 '아이돌학교' 투표 조작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는 26일 오후 "변론 과정에서 피고인 측은 수 차례에 걸친 허위 주장과 변명으로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했다"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조차 듣지 못했다는 점부터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프로그램 홍보 단계에서부터 기만 당했던 수천여명의 지원자들, 단절된 합숙환경에서 수십여명의 출연자들이 감당해야했던 부당처우, CJ ENM의 사건은폐 의혹 등은 어느 것 하나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CJ ENM과 피고인들이 임해왔던 태도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기에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더 이상 피해자들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도록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8월까지 방영한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아이돌학교'는 11주 동안 매회 진행되는 사전 온라인 투표와 생방송 문자 투표로 참가자의 순위를 정했다. 41명의 참가자 중 노지선·송하영·이새롬·이채영·이나경·박지원·이서연·백지헌·장규리 등 총 9인이 최종 데뷔 멤버로 뽑혔고, 이들은 그룹 프로미스나인(fromis_9)으로 활동 중이다.
데뷔조를 결정하는 최종회 방송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이해인이 탈락하면서 순위 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이해인 팬 측은 투표 이벤트 진행을 위해 받은 '투표 인증샷'보다 제작진이 공개한 투표수가 적다고 주장했다. 당시 엠넷 측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1위였던 이해인을 탈락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