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이대호도 은퇴투어, 어찌 평가절하하랴 [프로야구]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롯데 자이언츠 전설이자 ‘조선의 4번타자’라 불렸던 이대호(40)가 결국 프로야구 역사상 2번째 은퇴 투어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KBO는 14일 “10개 구단과 의논해 올 시즌을 마친 후 현역 은퇴를 예고한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연다”고 밝혔다. KBO리그와 국제대회에서 공로가 그 기준이 됐다.
당초 이대호 은퇴 투어가 공론화 됐을 때 적지 않은 팬들이 반발하기도 했으나 이대호는 결국 ‘국민타자’ 이승엽(46) 이후 5년 만에 KBO리그 2번째 은퇴 투어 영예를 누리게 됐다.
앞서 한 차례 팬들 사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연 이대호가 은퇴 투어를 열어줄 정도의 선수냐는 것이었다.
2년 전 은퇴한 박용택(43)이 오버랩됐다. 당시에도 은퇴 투어 이야기가 나왔지만 일부 팬들은 크게 반대 뜻을 나타냈다. 마찬가지로 그 정도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는 게 골자였다. 박용택은 19시즌 동안 LG 트윈스에서만 뛰며 2236경기 타율 0.308 2504안타 타격왕과 득점왕 도루왕, 골든글러브 4회 등 굵직한 기록을 써낸 레전드였다. 그러나 팬들의 반대로 KBO 차원 은퇴 투어 대신 각 구단 선수단에서 준비한 조촐한 고별식으로 대체됐다.
일각에선 2500안타라는 유일무이 대기록을 세운 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팬들은 이승엽을 기준으로 삼았고 박용택은 자격이 없는 선수로 평가절하되고 말았다.
이승엽이 한국 야구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5시즌간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뛰며 1906경기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을 기록했다. 2003년 56홈런으로 단일 시즌 이 부문 아시아 신기록을 경신했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5회, 골든글러브 10회, 홈런왕 5회(최다)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프로야구(NPB)와 국제대회에서도 한국 야구의 명예를 드높였다.
비교 대상이 이승엽이다보니 이대호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현장에선 반발했다. 이대호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출신 추신수(40·SSG 랜더스)는 “이대호 같은 선수가 은퇴할 때 박수를 받지 못하면 누가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대호가 은퇴 투어를 하지 못하면 누가 할 수 있을지 역으로 묻고 싶다”고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선의 4번타자’라는 수식어에서 보듯 이대호 또한 한국 야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였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둔 현재 16시즌 롯데에서만 뛰며 1829경기 2020안타 351홈런 1324타점을 기록 중이다.
두 차례 홈런왕에 오를 만큼 일발장타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타격왕 3회, 최다안타 2회를 차지할 만큼 정교함도 갖춘 타자였다. 2010년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하며 사상 첫 타격 7관왕에 올랐고 그해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NPB에 진출해서도 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한국인 최초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2016년 돌연 MLB 진출을 선언한 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하고 경쟁을 이겨내며 개막 25인 로스터에 진입했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한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15홈런을 날리며 남다른 기량을 뽐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굵직한 국제대회 성적을 냈을 때도 그 중심에 이대호가 있었다.
2017년 롯데와 4년 150억 원, 자유계약선수(FA) 최고 계약을 맺으며 고향에 돌아온 이대호는 지난해 롯데와 2년 26억 원에 잔류 계약을 맺고 올 시즌 후 은퇴를 공언했다.
이에 이대호의 은퇴 투어 가능성이 언급되자 일부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대호는 “구단에 은퇴식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O는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공식화했다. 2016년 이승엽 은퇴 투어 당시엔 각 구단이 이승엽에게 의미를 담은 선물을 했고 이승엽은 방문경기를 앞두고 어린이 팬들을 위한 사인회를 열었다. 이대호도 또한 올해 원정경기 중에 팬 서비스로 작별 인사를 할 계획이다. 9개 구단에선 이대호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던 이승엽도 이 결정에 기뻐했다. 이승엽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베이징올림픽에서 이대호와 함께 했던 사진을 올리며 “KBO와 10개 구단의 결정, 감사드린다. 대호야, 올 시즌 후회 없이 마무리 잘하자. 여러분도 이대호 선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마지막 목표인 한국시리즈 우승. 롯데와 2년 더 계약을 하면서 밝혀온 과제다. 연봉 8억 원에 우승 보너스 1억 원까지 옵션으로 걸었는데 금액보다는 우승을 향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고 그에 걸맞은 성대한 마무리까지 보장받았다. 이대호는 이제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프로 인생 마지막해 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