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몬스터' 위력, 롯데자이언츠를 부탁해 [프로야구]

2022-04-11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3경기 만에 드디어 사직구장에서 홈런이 나왔다. 타자친화적 구장이었던 사직구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터진 마수걸이 포.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23)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2회말 2사 1루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투런포를 날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담장을 높이고 외야를 넓힌 롯데. 이번 시리즈에선 그 위력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사직구장은 좌우 95m, 중앙 118m로 거리가 짧다. 특히 좌우로는 9개 구장 중 가장 짧고 중앙 또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114m)에 이어 2번째.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담장을 4.8m로 9개 구장 중 가장 높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친화 구장이었다.

롯데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담장을 더 높이고 홈플레이트를 뒤로 당겨 홈런수를 줄이기로 작정했다. 사직구장은 펜스 높이를 6m까지 높였다. 담장이 가장 낮은 인천(2.4m)과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2번째로 높은 수원 KT위즈파크(4m)와 격차도 더 벌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팬웨이파크 펜스가 11m로 ‘그린몬스터’라 불리는데 사직구장도 이와 유사한 특징을 갖추게 된 것이다. 성민규 단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 ‘성담장’이라고도 불린다.

홈플레이트도 2.884m 뒤로 당겼다. 중앙 담장까지 거리는 121m가 됐다. 이러한 변화가 8경기 동안 홈런 하나만 나오겐 된 배경이다.

홈런 감소는 원정팀뿐 아니라 롯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 다만 롯데의 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롯데는 팀 타율 1위(0.278)에도 홈런은 107개로 6위에 그쳤다. 장거리 타자의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이대호가 19홈런으로 가장 많은 홈런을 쳤다. 20홈런 타자는 전무했다. 한동희(17개), 정훈(14개) 등이 뒤를 따랐다. 올 시즌에도 롯데는 2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이러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집중됐다. 지난 8일 두산과 시리즈 첫 경기. 롯데엔 시즌 홈 개막전으로 특별한 경기였다.

아찔한 장면이 연속됐다. 1회초 두산 선두타자 김인태의 강력한 타구가 우측 담장을 향했다. 누구나 홈런이라고 생각했던 장면. 그러나 공은 담장 위 추가로 설치해놓은 철망을 맞고 떨어졌다. 3회 안재석의 타구도 철망을 맞고 2루타로 둔갑했다.

물론 8회말 롯데 안치홍의 타구도 철망을 직격하며 아쉬움을 샀지만 더 손해를 본 건 두산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선 1승 2패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러한 결과가 누적된다면 분명히 승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가지 더 예감을 좋게하는 건 롯데의 더 강력해진 마운드다. ‘성담장’ 설치에 확신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투수진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팀 평균자책점(ERA) 5.37로 꼴찌였지만 35세이브를 챙긴 김원중과 20홀드씩을 기록한 구승민, 최준용 등이 있었다. 

올 시즌엔 업그레이드됐다. 찰리 반즈가 2승 평균자책점(ERA) 1.42, 박세웅이 1승 ERA 2.92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고 김진욱도 7이닝 1실점 승리를 챙기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승 투수가 단 2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기대치가 많이 높아졌다. 팀 ERA도 2.70으로 SSG 랜더스(1.97), LG 트윈스(2.19)에 이어 3위다.
 
물론 ‘사직몬스터’가 반드시 롯데에만 유리하게 작용되리라는 법은 없다.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지금까지 기록을 볼 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롯데는 4승 4패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홈경기가 많아질수록 사직구장 효과는 축적될 수밖에 없다. 사직 승리의 여신이 유독 롯데를 향해 더 자주 웃어줄지 올 시즌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