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김하성, 또 다른 벽을 넘어라 [MLB]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데뷔 2년차.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이제야 완벽히 적응을 마치고 날아오르고 있다. 수비는 물론이고 한국프로야구(KBO)에서와 같은 타격감을 회복하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놀라게 만들고 있다.
김하성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2022 MLB 더블헤더 1경기에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을 제외한 안타, 2루타 3루타를 모두 날리며 빅리그 데뷔 첫 4안타 경기를 펼쳤다. 2타점 경기로 팀에 13-5 대승을 견인했다.
7월 이후 3할 이상 고타율 행진을 이어가며 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핵심 전력의 복귀와 MLB를 대표하는 타자의 영입으로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하성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하성은 국내에서 뛰던 시절 유격수로서 리그를 정복했다. 앞서 같은 루트로 강정호(35)가 리그를 평정하며 압도적인 리그 톱 유격수로서 ‘평화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김하성은 그에 준하는 ‘평화왕자’라고 불렸다. 리그 최고 유격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을 실력으로 없애주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뜻이다. 둘은 경쟁자를 찾기 힘들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둘은 모두 이를 바탕으로 MLB에 진출했다. 강정호의 첫 2시즌은 놀라웠다. KBO리그를 거쳐 MLB에서 성공한 타자 사례를 꼽기 어려웠는데 강정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주전 한 자리를 따냈다. 특히 타격에서 보인 존재감이 남달랐다. 2시즌 동안 36홈런을 날렸고 OPS(출루율+장타율) 0.816, 0.867을 기록했다.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수비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그는 일발장타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 김하성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수비로서는 유격수는 물론이고 2루수와 3루수로도 골고루 활약하며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타율은 0.202에 그쳤다. 콘택트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고 OPS도 0.622에 그쳤다.
올 시즌 출발은 좋았다. 4월 타율은 0.271 3홈런 10타점 OPS도 0.927에 달했다. 그러나 5월 타율 0.196, 6월 0.232로 주춤했다. 2개월 간 담장 밖으로 넘긴 타구도 단 하나였다.
7월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멀티히트 기록을 자주 쓰며 타율 0.314로 반등, 이전 0.225였던 타율을 0.245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이날 데뷔 첫 4안타를 쏘아올렸다. 더블헤더 2번째 경기에선 무안타에 그쳤으나 수비에서 활약하며 팀의 연승을 도왔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이자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2위에 올라 있는 샌디에이고가 ‘윈나우’를 택한 것. 유망주 포함 6명을 내주고 MLB 최고 재능으로 꼽히는 외야수 후안 소토와 내야 자원 거포 조쉬 벨을 데려왔다. 여기에 올해 3루수로 뛰었던 유틸리티 플레이어 브랜든 드루리까지 합류했다.
현지 언론에선 복귀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유격수, 소토가 우익수, 매니 마차도가 3루수, 벨이 1루수, 드루리는 지명타자,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2루수를 맡는 라인업을 예상하고 있다. 김하성이 들어갈 자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김하성이 올 시즌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밥 멜빈 감독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하성의 올 시즌 MLB 전문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fWAR)는 2.4로 지난해 0.5에서 4배 가까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팀 내에서 매니 마차도(4.0), 제이크 크로넨워스(3.2), 주릭슨 프로파(3.1)에 이어 야수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선수를 배제하는 것이 감독 입장에선 아까울 수밖에 없다.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김하성으로선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어떻게든 기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