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우상혁, 확실한 소득있었기에 [SQ초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했으나 충분히 값진 성과였다.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세계 높이뛰기 ‘빅2’ 자리를 공고히 했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모나코 퐁비에유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그리그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에사 바심(31·카타르)와 점프 오프까지 돌입한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 진행, 새 스파이크 적응 어려움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음 대회를 위한 자신감을 얻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높이뛰기에선 최대한 실패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우상혁은 같은 높이를 넘고도 앞선 도전에서 실패가 있어 후순위로 밀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2m20, 2m25, 2m28, 2m30을 모두 1차 시기에 넘어서며 바심과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클린 점프를 펼치던 둘은 2m32에서 막혔다. 지난달 유진 세계선수권에선 우승을 차지한 바심의 기록은 2m37이었다. 우상혁도 당시 2m35를 넘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때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기록. 바람과 기온 등 미묘한 차이가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높이뛰기라는 걸 잘 보여주는 결과였다.
둘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공동 우승을 택하거나 연장전 격인 점프 오프에 돌입할 수 있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선 바심이 같은 부상 아픔을 겪은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에게 먼저 공동 금메달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이날은 달랐다. 김도균 한국육상대표팀 수직도약 코치의 제안에 바심의 의사를 물었으나 점프 오프에 대한 생각이 완고했다. 쑥쑥 자라 자신을 위협하는 새싹 우상혁에게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점프 오프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m32는 모두 실패했고 2m30으로 바를 낮춰 다시 도약을 준비했다. 불운이 겹쳤다. 이미 넘었던 높이지만 우상혁이 주로에 있을 때 트랙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우상혁은 이를 기다리며 주로에 오래 서 있었는데, 심판진은 우상혁에게 주어진 1분 30초를 카운팅하기 시작했다. 어필의 뜻을 보이기도 했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우상혁은 자신의 리듬을 지키지 못한 채 급하게 점프를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 앞서도 해미시 커(26·뉴질랜드)가 2m28을 시도해야 할 때 바 높이가 2m25에 멈춰 있는 등 심판진의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
선수의 기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파이크 변수도 있었다. 우상혁은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후원을 받게 됐다. 이날 유니폼도 형광색 푸마 제품을 입고 뛰었다.
문제는 스파이크의 도착 시기. 유진 세계선수권 도중 새 스파이크를 주문했으나 이 제품이 대회 당일 도착했다. 우상혁 맞춤 신발이긴 했으나 제대로 적응해볼 기회도 없이 바로 실전 무대에 나서야 했다. 여러모도 우상혁이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은 아니었다.
바심 말고는 우상혁을 위협할 인물을 찾기 힘들다. 도쿄올림픽 우승자 탬베리는 올 시즌 우상혁과 4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이날도 탬베리는 2m20에서 멈추며 8위에 머물렀다. 우상혁은 공고한 ‘빅2’로서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다.
이젠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13차례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높이뛰기는 총 5차례 열린다. 현재까지 4개 대회가 열렸고 오는 27일 로잔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5개 대회 랭킹 포인트를 합산해 취리히 파이널시리즈에 나설 6명을 추린다. 우상혁은 세계선수권 준비로 인해 단 2개 대회에만 나섰는데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 기록했다. 벌써 15점을 획득했고 로잔 대회에서 5위만 해도 파이널시리즈에 나서게 된다.
이날 점프 오프를 선언한 바심은 분명 우상혁을 견제하고 있었다. 우상혁도 점프 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세계선수권보다도 더 격차를 좁혔음을 확인했다.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우상혁은 로잔 대회를 거쳐 치러질 대망의 파이널시리즈를 내다보고 있다.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새 스파이크에 대한 적응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로잔 대회와 파이널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하루하루 더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