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샛별' 이명종, 키움 가을을 노래한다

2022-09-01     안호근 기자

[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8월의 끝자락 키움 히어로즈의 2연전 싹쓸이. 타선에서 이정후(24)가 가장 빛났다면 마운드에선 무명에 가까웠던 신인 우투수 이명종(20)이 빛났다. 

이명종은 지난달 31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4회초 조기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2경기 연속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오른 신인은 당찬 투구로 팀에 연승을 안겼다. 뒤늦게 존재감을 뽐내며 신인왕 레이스에선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상승세다.

 

세광고 졸업 후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에 입단한 이명종. 시즌 개막을 퓨처스(2군)리그에서 열었던 이명종은 기복을 보이며 수시로 2군을 왔다갔다 했다. 지난달에도 한 차례 2군에 내려갔다 30일 복귀했다.

2승 1패 4홀드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던 올 시즌 4번째 1군에 등록된 뒤 절치부심했다. 30일 롯데전에서 중요한 순간에 투입됐다. 선발 윤정현이 5회 1사까지 1실점으로 잘 버텼고 팀은 5-1로 앞서가고 있었으나 홍원기 감독은 돌연 이명종을 마운드에 올렸다.

중책을 맡은 이명종은 상위타선 정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잭 렉스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전준우에게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불을 껐다. 임무는 여기까지. 31일 경기 전 만난 홍원기 감독은 “5회가 승부처라고 생각했다”며 이명종을 올려 세운 이유를 밝혔다.

운 좋은 승리를 챙긴 이명종은 이날 더욱 빛났다. 선발 타일러 애플러가 수비 불안과 함께 3회까지 매 이닝 실점하자 홍 감독은 다시 한 번 강수를 뒀다. 4회 이명종을 빠르게 투입한 것. 6구를 모두 속구로 뿌리며 정보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명종은 정훈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으나 박승욱과 렉스를 간단히 잡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엔 롯데 강타선을 맞이 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전준우와 이대호, 안치홍, 한동희를 상대로 공 9개로 이닝을 마쳤다.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투구를 펼쳤고 롯데 타자들은 이명종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팀이 지고 있어 최대한 버텨 역전하게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등판을 앞두고) 역전을 해 이젠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아웃카운트를 챙기는 데에만 집중했다”는 그는 “은퇴투어라는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라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더 자신 있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팀이 이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인이지만 가장 큰 무기로 자신감을 꼽는다. 싸움닭이라는 별명에 대해 “야구할 때만 그런 것 같다.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팀에서도 선수들마다 장점이 있어 물어보면서 배우려고 한다. 야구 쪽에선 제구가, 성격 면에선 자신감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고 제 공을 뿌리는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는 어릴 적부터 우상이었다. “과거엔 시속 150㎞ 넘는 공으로 쉽게 타자들을 상대하는 걸 봤다”며 “지금은 나와 스무살 차이가 나는데도 여전히 속구도 좋고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고 변화구를 쓰며 타자를 상대해 이기려는 자세를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팀은 물론이고 불펜 또한 최근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가을야구를 앞뒀기에 더욱 걱정이 컸다. 그러나 이명종은 “팀이 진다고 위축되지 않고 최대한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다. 연패라고 처지기보다는 활기차게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넘치는 자신감과 달리 목표는 현실적이다. 이명종은 “내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가 돼 야구를 최대한 오래하고 싶다”며 “매일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명종의 호투 속 2연승을 챙긴 키움은 3위 KT 위즈와 승차를 지웠다. 가을야구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하는 4위와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3위의 차이는 크다. 8월 7승 15패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던 키움이 마지막 2연전에서 기분 좋은 연승을 거두며 3위 경쟁에도 더욱 힘이 붙었다.

가을야구에선 투수력이 더욱 부각된다. 선발 투수가 흔들렸을 때 전천후로 활약해줄 이명종의 반등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