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JOB아먹기(91) 김기백] 재활 트레이너 "선수와의 교감이 중요합니다"
[스포츠Q(큐) 박종훈 객원기자] 몸이 곧 재산인 체육인에게 부상만큼 치명적인 것이 있을까. 정점에 올라선 선수들에게도, 이제 막 기량을 펼치려는 유망주들에게도 가장 두려운 대상이 부상이다. 정도가 심하면 멘탈까지 흔들려 깊은 방황에 빠지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그 길고 긴 터널을 함께 걷는 이들이 있다.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다시 경기장 위에 설 수 있도록 회복 과정을 옆에서 돕는 재활 트레이너다. 이들은 선수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인고의 시간을 함께 견딘다. 즉,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김기백 재활 트레이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레이너의 삶을 들여다봤다.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직업을 선택한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다름 아닌 ‘보람’이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포츠 재활 트레이너 김기백입니다.”
- 재활 트레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말 그대로 재활에 초점을 맞춘 직업입니다. 큰 부상이나 수술 이후의 회복을 돕는 일을 합니다. 다친 부위가 잘 아물고 치료 이후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케어하죠. 선수들을 대상으로 컨디션 향상을 위해 트레이닝 세션을 짜기도 합니다.”
- 왜 이 직업을 택했습니까?
“축구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취미도, 휴식도 축구장에서 보냈을 정도로 축구에 빠져 있었습니다. 지금의 아내도 축구장에서 만났을 정도니까요(웃음). 어느 날 경기 도중 부상을 치료하러 들어오는 의무팀을 보고 ‘저 일은 무슨 직업일까?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계기로 관심을 갖고 준비하게 됐습니다."
- 스포츠 트레이너가 되기 위한 방법은?
"관련학과에서 공부하는 게 기본입니다. 무슨 트레이너가 됐든, 비슷한 커리큘럼을 미리 배우고 오는 거니까요. 이후에 본인의 상황이나 관심사에 맞게 갈피를 잡아야 합니다. 구단에서 일할지, 병원에서 일할지, 연구를 하고 싶은지 우선 정하고 차차 경력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 전공이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면?
“전공자가 얻는 이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트레이너 자격증을 딸 때는 학교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만 인증하면 연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었습니다. 시간을 절약해서 곧장 경력을 쌓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이득인 셈이죠. 좋은 교수님들 밑에서 잘 배웠다면 실력도 금방 인정 받을 수 있고요. 또 관련 학과에 갔다는 것은 이미 그 학생의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 관련 자격증이 정말 많은데, '이것만은 중요하다'는 것이 있다면?
“재활 트레이너는 면허가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몸을 다루는 자격증은 되도록 많이 따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분야에 맞춰 자격증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해요.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다면 건강관리운동사, 구단에서 일하고 싶다면 KATA(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 주관 자격증이 중요하겠고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자격증 공부에 앞서 로드맵을 그려 보는게 훨씬 더 중요해요."
- 신뢰받는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경력도 경력이지만, 희생이 중요하다고 봐요. 구단에서 일할 경우 주말도 따로 없고, 이동도 많고... 선수들을 위해서 결국 자기 시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 다음은 실력이겠죠. 누가 테이핑이나 마사지를 잘하는가, 재활을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시키는가. 그렇지만 이것들보다도 중요한 건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 커뮤니케이선이요.
“선수는 재활 운동을 하러 오는 거지만, 심리적인 케어도 중요하니까요. 끊임없이 뉴스를 보거나 소셜미디어를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선수들의 히스토리와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선수들을 대해야지 그런 게 없이 소통하려 하면 신뢰를 주기 어렵죠."
- 그 밖에도 중요한 게 있다면.
“선수의 감을 따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선수들한테 이렇게 말하는 트레이너들이 간혹 있어요. ‘괜찮아?’, ‘한 개 더 해볼까?’, ‘강도 더 올려볼래?’ 이건 틀린 방법이라고 봐요. 좋은 트레이너는 오히려 ‘안 돼’, ‘거기까지만, 그건 다음주에 할 거야’ 이렇게 차근차근 재활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멈춰줄 수 있어야해요. 선수들의 말이나 의사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선수가 있는지
“에피소드는 정말로 매주 있어요. 재활을 도왔던 선수가 K리그나 해외에서 결과를 내고, 베스트일레븐에 뽑히고... 이런 모습들이 모두 저한테는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얼마 전에는 어렸을 때부터 재활시켰던 선수가 프로에 데뷔해 첫 골을 넣었더라고요. 그 때의 기분은 아마 남들은 모를거예요.”
- 직업 전망은 어떤 편인가요?
“한국에서는 발전할 여지가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서야 이미 인식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잘 정립되어 있는 직종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서 이제 막 만들어지는 과정이거든요. 또 최근에는 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선수들과 교감하면서 재활을 돕는 건 기계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아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물론 조금의 정리는 필요하겠지만요.”
- 어떤 정리인가요?
“현재 업계에서는 트레이너 선생님들이랑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이 공존하고 있어요.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면서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재활 트레이너의 경우 면허가 없어서 직업적인 영역을 침범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 문제가 해결되면 정말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K리그의 경우 한 라운드 경기가 끝나면 베스트일레븐을 뽑아요. 제 목표는 저를 한 번이라도 거쳐 갔던 선수들로 그 11명을 채워보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일을 하면서 이룰 수 있는 건 거의 다 이룬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끝으로 스포츠 트레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현장에서 스포츠 트레이너, 재활 트레이너를 많이 원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유소년 팀에서도 인력을 찾을 정도니까요. 많은 분들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경력을 쌓고 서로 경쟁하다 보면 저변이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종 자체의 힘을 함께 키워나갔으면 하고요. 저는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좋은 관련 세미나가 많이 있으니 잘 찾아 들어주시고 문의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