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강릉 다음은 부천? 사라지는 지역영화제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폐지 위기에 놓였다.
양정숙 부천시의원은 지난 16일 제262회 부천시의회 본회의에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폐지를 언급했다. 이로써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강릉국제영화제 중단 공식화에 이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마저 바람 앞에 등불 처지가 됐다.
양 의원은 "부천시민 참여가 부진하고 외면받는 부천영화제에 시가 매년 약 70억원 예산을 들이는 것에 대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다수"라며 영화제 운영 전반에 관한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1997년 첫발을 내디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축제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며 호러·스릴러·SF 등 개성 강한 장르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창구로 자리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 예산 63억원 중 보조금은 48억원으로, 보조금 비중이 77%를 차지했다. 전주영화제 67%, 부산영화제 42%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조금 의존도가 높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부천시를 대상으로 진행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수익금 27억여원을 부천시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직접 사용하거나 일부는 이월해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3월에는 영화제 법인 계좌로 직접 납부받아 왔던 연회비 수익을 대외협력국장 개인계좌로 납부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의 보고와 별개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존폐 논의는 결국 수익성이다.
앞서 양 의원은 조용익 부천시장에게 영화제 폐지를 요구하며 "일부 마니아층에 한정된 부천영화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시민의 삶과 직결되고 미래의 혁신도시 부천의 시급한 예산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영화제의 수익성을 문제 삼으며 예산 지원을 중단해왔다. 특히 강릉국제영화제는 지역민과 소통 없이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개막을 불과 4개월 앞둔 강릉국제영화제가 투입대비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강릉시장의 의견에 따라 폐지했다"고 밝혔다.
영화제의 가치를 수익성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K콘텐츠가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지역을 알리는 축제의 의미 등을 고려하면 수익 외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5년간 특색을 지켜온 영화제이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한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강릉국제영화제 등은 오는 24일 '영화제 지원 축소 및 폐지에 따른 영화인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영화제의 지속 가능한 운용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