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오재원 이호... 전설들의 퇴장 [스포츠결산 ④]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22년에도 어김없이 한 시대를 풍미한 대선수들이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특히나 프로야구에서 많은 스타들이 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다. 22년 현역 생활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이후 처음으로 전 구단 은퇴투어를 치를 만큼 그가 남긴 발자취와 상징성은 어마어마했다.
국내에선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만 입고 17시즌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1971경기에서 타율 0.309 374홈런 1425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엔 타격 7관왕을 차지했고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국가대표로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오릭스 버펄로스·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미국프로야구(시애틀 매리너스)에 차례로 진출하며 한미일 무대를 모두 밟아본 최초의 한국인 타자이기도 하다. 2015년엔 소프트뱅크 우승을 이끌고 한국인 선수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2016년 시애틀에서는 지독한 플래툰 시스템에도 14홈런을 쏘아 올렸다.
2017년 고향 롯데로 돌아와 4년 150억원 자유계약선수(FA) 대형 계약을 맺었다. 컴백 후 6시즌 째, 현역 마감을 선언하고 맞이한 2022년 불혹인데도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으로 맹활약해 팬들이 은퇴를 만류하는 반응이 나올 만큼 인상적이었다.
지명타자 부문에서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은 그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인 동시에 은퇴 시즌에 황금 장갑을 낀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롯데는 그의 등번호 10번을 故(고) 최동원(11번)에 이은 두 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두산 베어스 왕조 멤버인 오재원(37)도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통산 15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 289도루 1152안타를 만들어낸 그는 가을야구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며 두산의 버팀목이 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도 맹활약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식에서 뜨겁게 눈시울을 붉힌 그는 제2의 삶을 예고했다.
앞서 연초엔 ‘느림의 미학’ 유희관(36)도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101승 69패 평균자책점 (ERA) 4.58. 다소 아쉬움도 있었으나 3점대 ERA를 3차례 기록했고 우승반지도 3개나 수확했다. 최고 구속이 130㎞에 불과함에도 프로야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구속 만큼이나 뛰어난 제구와 과감한 투구 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커리어를 통해 몸소 증명해냈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며 KIA 타이거즈에 우승을 안겼던 나지완(37)도 그라운드를 떠났다. 통산 15시즌 동안 1472경기에 출전, 1265안타 221홈런 862타점 668득점한 그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도 세웠고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결정적인 홈런을 날리는 등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5년 프리미어12의 스타로 빼어난 외모를 지닌 이대은(33)도 물러났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그는 NPB를 거쳐 경찰야구단에서 군 생활을 마친 뒤 KT 위즈에 입단했다. 다만 국내에선 프로 통산 3년 동안 95경기 7승 8패 9홀드 19세이브 ERA 4.31로 아쉬움을 남긴 채 커리어를 마쳤다. 은퇴 후엔 유희관과 함께 JTBC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활약 중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중원을 이끌어 딕 아드보카트 호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이호(38)도 피치를 떠났다. 2003년 19세 나이에 울산에서 데뷔해 2005년 K리그 우승,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업적을 남긴 그다.
K리그는 물론이고 러시아,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태국 등을 거친 그는 2021시즌을 앞두고 플레잉 코치로 울산에 복귀했다. 홍명보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울산의 17년 만의 리그 우승 감격을 보고 기분 좋게 떠났다. 울산에서만 9시즌을 보낸 그는 161경기에서 나서 5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젠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프로농구계에서도 별들이 졌다. 강병현(37)과 박하나(32)다. 인천 전자랜드에서 프로 데뷔한 강병현은 13시즌 동안 519경기에서 평균 7.3점 2.4리바운드 1.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5월부터 창원 LG에서 스카우트를 겸한 전력분석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지난 10월 창원체육관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2009년 WKBL 1라운드 2순위로 부천 신세계에 입단한 박하나는 14시즌 동안 377경기에 나섰다. 2019년 베스트5, 최다득점상, 자유투상을 받은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도 이끄는 등 활약하며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홈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