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대신 서브, 심판이 디그... 배구 올스타전의 묘미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V리그(프로배구)가 겨울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로 도약한 지는 이미 좀 됐다. 흥행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올스타전이 가장 큰 원동력 중에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려 4년 만에 관중 100%를 수용한 별들의 축제는 6446명 만원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성료됐다.
남자 일곱, 여자 일곱 등 14개 구단에서 선발된 스타들은 영하의 추위에 체육관을 찾은 팬들을 위해 마음껏 끼를 발산했다. 웃음 포인트를 한둘로 좁히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장면들이 쏟아졌다.
가장 많은 표(8만2297표)를 받고 14년 만에 올스타전에 등장한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확실한 서비스로 존재감을 알렸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팬을 보고선 대신 서브를 넣도록 기회를 부여했고 틈날 때마다 몸을 흔들었다.
잘 뛰던 김희진(IBK기업은행)은 작전타임 때 돌연 코트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머리 긴 김희진’ 대니 산타나(IBK기업은행)를 대신 등장시켰다. 김희진은 이후 주심으로 오심을 저지른 뒤 어필하는 선수들에게 카드까지 매만지는 너스레를 떨었다.
강소휘(GS칼텍스)는 누가 봐도 라인 아웃된 스파이크를 때리고선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이후 판독관 자리로 이동해 마이크를 빼앗더니 “터치아웃으로 판독되었습니다”라고 선언하는 뻔뻔함을 발휘했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세리머니상을 받았던 이다현(현대건설)은 역시나였다. 권민지(GS칼텍스)와 함께 장갑을 낀 채로 HOT-NCT의 '캔디'에 맞춰 춤췄다. 그러자 1996년 이전에 태어난 M스타 언니들이 전부 나와 이에 동참했다.
2세트 도중엔 심판이 디그를 시도하는 이색 장면도 나왔다. 선심인 김선우 심판이 깃발을 든 채로 2단 언더토스로 공을 보내 놀라움을 자아냈다. 휘슬이 불리지 않고 선수들이 능청스럽게 플레이를 이어갔고 득점으로 마무리되자 폭소가 터졌다.
레오 마르티네스(OK금융그룹)의 서브를 이주아(흥국생명)가 받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레오가 경기 후 “여자 선수가 너무 잘 받아서 많이 놀랐다. 남자보다 여자가 리시브는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우수선수(MVP)는 김연경과 레오의 몫. 경기 전 “투표 시작 전부터 제가 1등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보인 김연경은 생애 첫 올스타전 별이 된 뒤 “쑥스럽다.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니 챔피언결정전까지 좋은 결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지난해 10월 22일 팡파르를 울려 반환점을 돈 V리그는 31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대한항공이 독주한 남자부는 우리카드-KB손해보험으로,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양강 체제를 형성한 여자부는 KGC인삼공사-한국도로공사로 5라운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