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우승, 돌아온 '위성우 폭행' [WKBL]

2023-03-24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아산 우리은행의 우승 세리머니, 이번엔 물총이었다. 혹독하기로 유명해 정상에 오를 때마다 밟히던 위성우 감독은 ‘폭행’을 피한 대신 흠뻑 젖고 말았다.

우리은행이 왕좌를 되찾았다. 2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신한은행 쏠(SOL)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부산 BNK를 64-57로 격파하고 시리즈를 3전 전승으로 가볍게 끝냈다.

25승 5패, 압도적 승률로 정규리그를 차지한 우리은행은 1차전 62-56, 2차전 84-67에 이어 3차전에서도 7점차 낙승으로 압도적 위용을 뽐냈다. 2017~2018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통합우승이다.

 

WKBL 최고 명문구단이 우리은행이라는데 이견을 달 수 없다. 정규리그 우승(14회), 챔피언결정전 우승(11회), 통합우승(10회) 횟수 모두 우리은행이 단연 톱이다.

슈퍼 센터 박지수를 보유한 청주 KB스타즈에 한동안 기가 눌려 있던 우리은행이 모처럼 왕관을 탈환하자 선수단이 위성우 감독을 어떻게 괴롭힐지 시선이 쏠렸다.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옥훈련을 지시하는 인물. 그래서 우리은행이 2012~2013시즌부터 왕조를 구축했을 때 선수단은 그를 코트 바닥에 눕힌 채 발로 마구 밟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헹가레를 마친 후 선수들이 위성우 감독을 눕히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대신 박혜진이 우산을 전달했고 선수들이 물총으로 위 감독을 조준했다. 위 감독이 우산을 펼쳐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곳곳이 찢겨 있어 온몸이 젖었다. 안 찢긴 부분에 ‘힝 속았지’라는 문구가 보였다.

이대로 끝일 리가. 박지현은 뿅망치, 김단비는 장난감 칼, 김정은은 복싱글러브를 각각 준비하고 젖어서 허우적대는 위성우 감독을 때리기 시작했다. 너무 혹독하고 냉정해서 평소 원성을 사는 위 감독은 선수들의 한풀이를 오롯이 받아들이며 미소 지었다.

 

‘위 감독 때리기’ 세리모니는 WKBL의 스토리가 됐다. 위 감독이 명장이라서 생긴 전통이다. 그는 프로야구(KBO리그) 해태 타이거즈 김응용 전 감독, 프로축구(K리그) 전북 현대 최강희 전 감독, 프로농구(KBL)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전 감독, 프로배구(V리그) 대전 삼성화재 신치용 전 감독 등과 더불어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위대한 장수 지도자로 꼽힌다.

정규리그 최다승(279승), 챔프전 우승(7회), 챔프전 최다승(18승) 등 감독 주요기록이 전부 그의 차지다. 2012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끈 그는 지난 시즌 이후 4년 재계약까지 맺은 데다 김단비, 박혜진, 박지현 등 멤버들이 굳건해 더욱 화려한 커리어를 쌓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자유계약(FA) 자격을 갖춘 김정은을 잔류시킨다면 새 시즌에도 강세가 예상된다.

 

훌륭한 지도력, 탄탄한 전력임에도 늘 엄살을 떠는 걸로 유명한 위 감독은 “"5년 전에 우승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처음 우승한 기분”이라며 “(챔프전에 직행했던) 5년 전과 다르게 플레이오프까지 거친 올해 우승이 더 힘든 것 같다. 우승은 해도 해도 좋다”고 활짝 웃었다.

선수 중엔 김단비가 단연 빛났다.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첫 시즌 팀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총 투표수 75표 중 63표로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까지 석권했다. 김단비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MVP를 탈 수 있었을까 싶다”며 “끝이라 생각하지 않겠다. 올해가 마지막이 아니다. 다음 시즌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