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제구 증명' 류현진, 숙제도 남긴 복귀 시즌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2023시즌 정규리그를 떠올리면 건강한 몸 상태와 날카로운 제구가 가장 앞선다. 류현진이 지난해 프로 통산 4번째 수술을 받았을 때만 해도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류현진은 동산고 2학년이던 2004년 토미 존(인대 접합) 수술을 시작으로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 2016년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개인 통산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선수에게 수술은 최후의 선택이다. 회복해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긴 재활을 감내해야 한다. 선수가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것만큼 고통은 없다.
류현진이 그동안 여러 재활을 잘 거쳐 왔지만 4번째 수술은 서른 중반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뒤따랐다. 하지만 수술 후 1년 2개월여 간의 재활과 마이너리그 등판을 거쳐 보란 듯이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복귀한 그는 11경기에 나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비록 나선 경기에 비해 승수는 적었지만 류현진이 3점대 평균자책점과 함께 52이닝을 던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1번에 그쳤지만 11경기 중 7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경기 당 평균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복귀 첫 해 선발 투수로서의 몫은 다한 셈이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13년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가장 느린 시속 88마일(약 141.6km)에 그쳤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로 활로를 찾았다. 특히 최저 시속 63마일(약 101.3km)에 이르는 ‘느린 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으며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숙제도 남겼다. 구위가 예전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제구가 살짝 흔들려도 곧바로 장타로 연결됐다. 52이닝을 던지면서 9개의 홈런을 내줬다. 지난달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홈런(5개)을 내줬다. 지난 24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토론토는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토론토가 1일 탬파베이에 5-7로 졌지만 시애틀 매리너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지면 토론토의 ‘가을 야구’는 확정된다.
토론토는 현재 89승72패(승률 0.553)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다. 3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류현진이 3전 2선승제의 와일드카드에 선발로 나서긴 어렵다. 류현진은 현재 팀의 5선발이다. 이를 통과해 디비전시리즈(5전 3선승제)에 나가더라도 류현진의 출전을 단정 짓긴 어렵다.
단기전에서는 보통 1~3선발로 경기를 운용한다. 시리즈가 길어지더라도 5선발까지 기회가 오기는 쉽지 않다. 다만 류현진이 중간 계투로 멀티 이닝을 책임질 수는 있다.
류현진은 1일 탬파베이전을 마친 뒤 포스트시즌에서의 보직 변경 가능성에 대해 “어느 위치, 어느 상황에서 던져야 된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잘 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토론토와의 4년 계약이 끝나는 류현진은 올 시즌을 마치면 새 계약을 해야 한다. 류현진이 토론토와 재계약을 할지 새 팀을 찾을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경험이 풍부하고 5이닝 이상을 책임질 수 있기에 행선지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최근 뉴욕포스트는 뉴욕 양키스가 류현진을 영입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올 시즌이 (모두) 끝나면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의 지난 4년을 돌아보며 “토론토의 분위기를 바꿔 놓은 첫 번째 계약 중 하나였다”라며 “그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다른 투수들과 포수들에게도 도움을 준 베테랑이다. 정말 꾸준함을 보여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