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공포증? 한국 야구 자존심 회복 ‘빨간불’ [아시안게임]

2023-10-02     김진수 기자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이러다 대만 공포증이 생길 판이다. 한국 야구가 대만에 또 덜미를 잡혔다. 국제대회에서 연달아 한국 야구에 충격을 안겼던 대만에 설욕하는 데 실패했다.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최정예 대만은 젊었지만 강했다. 20대 초반 미국 마이너리그 투수 타자들과 자국 리그 선수들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도 잘 싸웠다. 하지만 방망이가 끝내 터지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노리는 4연패(連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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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6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대만 0-4로 완패했다.

최근 대만전 3연패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조별리그 1차전에서 1-2로 졌고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는 0-7로 패해 ‘도쿄 쇼크’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보다 앞선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이겼지만 각각 3점차, 1점차로 큰 점수 차는 아니었다. 이젠 일본만큼이나 대만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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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이 좀 다를 수밖에 없긴 했다. 한국은 만 25세 이하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다. 반면 대만은 24명 중 15명이 만 25세 이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시환(한화 이글스), 강백호(KT 위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거포와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문보경(LG 트윈스) 등 공을 잘 맞추는 타자들이 한 점도 내지 못했다는 건 아쉽다.

노시환은 3타수 1안타(2루타)를 기록했지만 강백호와 문보경은 둘 다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번 타자 강백호는 홍콩전을 포함해 8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아직 안타를 날리지 못했다.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와 최지훈(SSG 랜더스)가 없었다면 한국 타선은 더 침묵했을지 모른다. 그는 2루타 1개를 포함해 3안타를 날렸다. 최지훈은 2안타를 때렸다. 한국은 이날 총 6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한국은 6·7·9회를 제외하고 모두 주자가 출루했지만 끝내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선두타자가 나가지 않아 작전 야구를 펼치기에 제한이 있었다. 삼진은 안타보다 많은 10개를 당했다.

2회 2사 2, 3루에서는 김성윤(삼성 라이온즈)이 땅볼을 때린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했으나 아웃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샀다.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김성윤의 손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대만 선발 투수 린위민보다 1루에 간발의 차로 먼저 닿은 것처럼 보였지만 비디오 판독이 없어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로써 한국의 목표인 금메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대회에선 A·B조 조별리그 상위 2팀이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조별리그의 성적을 그대로 안은 채 각 조 2팀이 서로 맞대결을 펼친다. 이 중 성적이 좋은 2팀이금메달 결정전에 나선다.

1승1패가 된 한국은 3일 태국전에 이기더라도 대만에 밀려 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3일 한국에 0-10으로 졌던 홍콩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 올라가도 전승을 거두고 대만이 1패 이상 거두기를 바라야 한다. 사실상 A조 1위가 유력한 일본이 대만을 잡아주길 기대해야 한다.

한국 야구는 올해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호주와 일본에 연달아 지는 참사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KBO리그의 뜨거운 열기를 안은 채 나선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 회복에 도전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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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에 비해 마운드는 사정이 나았다. 선발 투수 문동주(한화)는 4이닝 동안 3피안타 3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6회 2사 후 4번째 투수로 올라온 박영현(KT)은 강속구로 대만 타자들을 잠재웠다. 1⅓이닝 동안 아웃카운트 4개 중 3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을 보여줬다.

한국은 7회까지 0-2로 끌려가면서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8회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LG 트윈스)이 2루타 1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고 2타점 적시타를 내줘 경기를 내줬다.

대만 마운드에서는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 투수들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뛰는 린위민(20)은 6이닝 동안 4피안타 6삼진 무실점 했다. 제구력이 썩 좋진 않았지만 직구가 잘 꽂혔다. 9회 마운드에 오른 류즈롱(24·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은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