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200K‘ NC 페디, 1점대 ERA도 가능? [프로야구]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는 KBO리그 진출 첫해인 올해 선동열, 故(고) 최동원 같은 한국의 ‘야구 전설’들을 모두 소환했다. 전설들이 일궈낸 대기록을 본인이 세웠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페디 자신 역시 KBO 역사 한 대목에 이름을 새겼다. 20승과 200탈삼진. 웬만한 에이스 투수들도 생애 한 번 달성할까 말까 한 성적을 ‘KBO리그 1년 차’ 외국인 투수가 해냈다.
페디는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6이닝을 7피안타 6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NC는 3회 제이슨 마틴의 2타점 적시타를 잘 지켜 2-0으로 승리했다.
시즌 20승(6패)째를 채운 페디는 탈삼진 200개를 넘겨 204개째를 기록했다.
1983시즌 삼미 슈퍼스타즈 장명부(30승·탈삼진 220개), 1984시즌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27승·탈삼진 223개), 1985시즌 삼성 라이온즈 김시진(25승·탈삼진 201개), 1986시즌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24승·탈삼진 214개)에 이어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며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초다.
투수들의 분업화가 이뤄지고 나선 페디가 처음이다. 1983~1984시즌엔 팀당 경기 수가 100경기였고 1985시즌 110경기로 늘었다가 1986시즌에 108경기로 2경기 줄었다. 선동열은 1986시즌 262⅔이닝을 던지면서 6세이브까지 추가했다.
페디는 2017시즌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했다. 워싱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2019시즌 팀의 5선발을 맡았다. 2022시즌에도 팀의 5선발을 맡아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을 거뒀다. 2023시즌을 앞두고 NC와 100만달러(약 13억원)에 계약하며 KBO리그에 진출했다.
최고 시속 155km에 이르는 강력한 속구와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 등을 골고루 던진다. 특히 지난 시즌을 마치고 투수 셸비 밀러(33·LA 다저스)에게 스위퍼 그립을 배운 게 컸다. 한 달간 연습해 NC 스프링캠프 합류 후 실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위퍼에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스러져 갔다.
페디는 내친김에 평균자책점 1점대도 노린다. 페디는 10일까지 174⅔이닝을 40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은 2.06에 불과하다. 무실점한다는 가정하에 5⅔이닝을 더 던지면 평균자책점 1점대 진입할 수 있다. 일정상 페디는 1차례 더 등판할 수 있다. NC는 5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11일과 14일엔 경기가 없다.
페디가 평균자책점을 1점대로 낮추면 1986시즌 선동열 이후 20승과 200삼진, 평균자책점 1점대를 동시에 기록한 KBO리그 역대 2번째 투수가 된다. 선동열의 이 당시 평균자책점은 1점대보다 더 낮은 0.99였다.
페디는 사실상 올 시즌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 1위)도 확정 지었다. 웨스 벤자민(30·KT 위즈)이 15승(6패)으로 다승 2위인데 KT는 10일 정규리그를 모두 마쳤다. 탈삼진에서는 시즌을 일찌감치 마친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에 40개 차로 앞서 있다. 평균자책점에서도 안우진의 2.39에 앞선다.
페디가 20승을 달성하면서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 수상 가능성도 커졌다. 강력한 MVP 후보인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홈런(31개)과 타점(91개), OPS(출루율+장타율·0.938)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투수의 20승과 200탈삼진에 비견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