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만 400여명, 오타니의 화려한 입성 [메이저리그]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 앞 광장에는 4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고 50대 이상의 방송 카메라가 설치됐다.
모두 한 사람에게 집중했다. 주인공은 오타니 쇼헤이(29·다저스). 오타니의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이 열렸다.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약 92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계약한 오타니의 기자회견인 만큼 성대했다.
기자회견장 위 띠 전광판에는 “다저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글귀가 영어로 일본어로 나왔다. 마크 월터 다저스 구단주,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사장, 브랜든 고메스 단장,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오타니는 이날 푸른색 다저스 모자와 등 번호 17번이 써진 흰색 유니폼을 입었다.
오타니가 취재진 앞에 선 건 지난 8월 9일 이후 4개월여 만. 지난달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AL)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된 후 MLB네트워크와 방송에 출연했지만 소감 정도만 남겼다. 그는 지난 8월 팔꿈치 인대 부상을 당했다.
오타니가 다저스와 계약한 가장 큰 이유는 우승에 대한 열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다저스는 지난 10년간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월드시리즈에서 1회 우승했지만 실패로 여겼다. 그들은 오로지 우승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저스와 미팅을 했을 때 눈에 띄는 점이었다”며 “내가 느끼는 감정과 같았다”고 했다.
오타니는 “빨리 다저스에 합류하고 싶다”며 “다저스는 나와 같은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 승리에 대한 비전과 역사가 있고 나 역시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오타니는 MLB 데뷔 첫해인 2018년 타자 22홈런, 투수로 4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을 받았다. 2021년과 2023년 AL 최우수선수(MVP)가 되며 MLB를 점령했다. MVP 모두 만장일치로 선정됐는데, MLB 최초였다.
그는 MLB 6시즌 통산 투수로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타자로서는 타율 0.274, 171홈런, 437타점을 썼다. OPS(장타율+출루율)는 0.922로 슈퍼스타의 기준인 0.9를 넘겼다.
다만 오타니는 8월 부상 후 지난 9월 받은 수술이 어떤 종류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원한다면 제 담당 의사와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는 2018시즌을 마치고 한 차례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를 받고 2019시즌 타자로만 뛰었다. 오타니는 내년 시즌도 타자로만 뛴다. 2025시즌 투타 겹업 복귀를 노린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연봉 지급 유예에 합의했다. 오타니가 10년 동안 받는 총액은 2000만달러(약 258억원)에 그친다. 현지 언론보도를 보면 유예된 금액은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무이자로 지급된다.
이는 오타니가 먼저 다저스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가 경쟁 균형세 부담을 덜고 FA시장에서 대어를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AP통신은 “최고 세율이 13.3%인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지 않을 때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타니는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다저스가 더 나은 선수를 영입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했다.
오타니의 계약 조건에는 마크 월터 구단주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다저스를 떠난 경우 본인이 팀을 떠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승리하는 조직을 갖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 그 둘이 최고위층이고 모든 걸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한 명이라도 떠난다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전망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날 오타니 반려견의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오타니가 올 시즌 MVP가 확정된 후 자택에서 방송에 나섰을 때 안고 있던 반려견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오타니는 ‘디코이(Decoy)’라고 했다.
오타니는 “지난주 드라이 스윙(방망이와 공 없이 하는 스윙)을 했기 때문에 개막일을 향해서 준비 속도는 좋다”며 “예정대로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고 시범경기에 출전해 내년 시즌 개막전 타자로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