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MLB 클래스, 임찬규 오지환 KBO 자존심 [서울시리즈]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클래스를 뽐냈고 LG(엘지) 트윈스는 KBO리그 챔피언 다웠다. LG를 떠나 샌디에이고에 둥지를 튼 고우석은 체면을 구긴 반면 고우석과 지난해 우승을 합작한 임찬규와 오지환은 빛났다.
볼거리가 많은 스페셜매치였다.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MLB 서울시리즈 친선 평가전 샌디에이고-LG는 샌디에이고의 5-4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이 투런 홈런 2방을 날린 게 결정적이었다.
김하성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21년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하기 전 사용했던 홈구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추억이 깃든 고척돔에서 과거 응원가를 들으며 등장한 '어썸킴' 김하성이 친정에서 빅리거의 위용을 한껏 뽐낸 셈이다.
김하성은 2회초 무사 2루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 1회 3타자를 ‘KKK’로 처리한 LG 선발 임찬규의 가운데 낮은 체인지업을 퍼올려 좌중간 담을 넘겼다. 2-1로 앞선 6회초 1사 1루에서는 사이드암 정우영의 몸쪽 체인지업을 당겨 왼쪽 너머로 보냈다. 팔을 접으면서 친 놀라운 타격이었다.
김하성은 전날 펼쳐진 팀 코리아와의 스페셜매치에서도 상대 두 번째 투수 원태인의 몸쪽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 안타를 뽑아냈다. 원태인은 “직구가 잘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하성이 형이 잘 받아쳤다"며 "원래 좋은 선수였지만, 오늘 대결해 보니 왜 MLB에서도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지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LG에선 지난해 국내 최다승을 올린 임찬규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캡틴 오지환이 가장 눈에 띄었다.
임찬규는 김하성에게 홈런을 맞긴 했지만 5이닝을 4피안타 2실점 7탈삼진으로 역투해 올 시즌 전망을 밝혔다. 전날 샌디에이고전에 선발 등판, 같은 라인업을 맞아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난타당한 아리엘 후라도(키움 히어로즈)와 대조적이었다.
특히 체인지업이 압권이었다. 이날 기록한 7개 탈삼진 결정구가 전부 헛스윙이었는데 이중 5개가 체인지업에 나왔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느린 커브도, 90마일(시속 145㎞) 언저리의 제구 되는 낮은 패스트볼도 훌륭했다.
오지환은 202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파이어볼러 딜런 시즈의 시속 142㎞ 컷 패스트볼을 때려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0-2로 뒤진 2회말 시속 170㎞, 134.4m짜리 홈런을 날리면서 LG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김하성, 임찬규, 오지환과 달리 팀내 입지가 좁은 고우석은 고개를 숙였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의 배려 속에 5-2로 앞선 9회말 친정 선수단의 박수를 받고 마운드에 오른 그는 박해민에게 안타를, 이재원에게 좌중월 투런포를 맞고 쓴웃음을 지었다.
시범경기 5경기에 등판, 4⅓이닝 1패 평균자책점(ERA) 12.46으로 부진했던 터라 고우석의 이번 내용은 치명적이다. 고우석이 범타 처리한 김현종, 손호영, 구본혁은 LG의 주전급 자원이 아니다. 개막시리즈 엔트리 승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거포 자원 이재원은 발사각이 20도인 빨랫줄 타구로 홈런을 날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지난해까지 팀 마무리였던 선배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면서 LG 팬들의 기대를 한껏 키웠다.
샌디에이고는 스페셜매치를 2승으로 마감했다. 전날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젊은 선수 위주의 한국 야구대표팀은 1-0으로 물리쳤다. 이틀간 일정을 소화한 파드리스는 하루 휴식 후 20일부터 이틀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2024 MLB 정규 개막 2연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