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수난, 류현진 이대로는 안 된다 [프로야구]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KBO리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지만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8번 선발 등판해서 2승(4패)을 거뒀는데 평균자책점은 5.65에 이른다. 8일까지 정규이닝을 채운 25명의 투수 중 24위에 그치고 있다.
43이닝을 소화하며 경기 당 평균 5이닝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지만 이닝 수보다 49개의 피안타를 내줬다. 이닝 당 출루율은 1.44로 7번째로 높다. 피안타율은 0.282로 8번째로 높다. 무실점 경기는 딱 한 번.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던져 3자책점 이하 던진 것)를 4번 기록했지만 5실점을 넘긴 경기도 4번이나 된다.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78승(48패)을 거둔 투수에게 거는 기대에는 분명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야구 전문가들이 올 시즌 류현진이 10승 이상은 물론 15승 이상까지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으로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류현진은 올 시즌 연봉 최고액 선수. 올 시즌 한화로 돌아오면서 8년 최대 170억원에 계약하며 역대 국내 최고 대우를 받은 그는 올 시즌 25억원을 받는다. LG(엘지) 트윈스 포수 박동원과 최고액이다.
에이스의 부진은 팀 부진과 이어진다. 류현진이 등판한 날 한화는 2승 6패에 머물렀다. 이겨야 할 때 못 이기니 부담이 있다. 팀 선발투수 평균자책점(5.17) 8위와 팀 타율 최하위(0.249)에 그친 한화는 8일까지 14승 22패(승률 0.389)로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12승 22무 1패·승률 0.353)에 불과 1경기 앞선 9위에 그치고 있다.
일단 지난 시즌과 비교해 구속에는 큰 차이가 없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류현진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2.3km. 류현진이 토론토 시절이던 지난 시즌 평균 직구 구속은 88.6마일(142.5km)이었다. MLB와 KBO리그의 환경적 차이가 있지만 올해 직구 비율은 44%로 지난 시즌(31.7%)보다 높아졌다. 체인지업(24.1%), 커터(15.7%), 커브(15.5%) 구사도 지난해와 크게 차이는 없다.
다만 서른 후반을 달리는 그의 구위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집중타를 맞고 있는 게 올 시즌 가장 큰 단점이다.
류현진은 8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방문 경기에서 5회 5안타와 희생 뜬공을 묶어 4실점 했다. 고승민, 빅터 레이예스, 전준우에 2루타-안타-3루타를 차례로 맞았다. 류현진이 집중타를 맞은 건 이날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9실점으로 데뷔 이후 최다 실점 기록을 세웠다. 당시 4회까지 무실점으로 던지고도 5회에는 7타자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맞았다.
한화 수비진도 류현진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8일 경기에서는 5회 1사 1루에서 박승욱의 중전 안타 때 한화 중견수 정은원이 타구를 더듬거리며 한 번에 포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박승욱은 2루를 밟았다. 실책 이후 류현진은 4실점 했다. 실책으로 주자가 쌓이면 류현진이 집중타를 맞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한화로서는 류현진의 부진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인데 부진이 더 길어지면 악재가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