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병역 혜택’ 놓지 못했다… 대표팀이 가야할 길은

2024-06-20     김진수 기자

[신문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조준헌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운영팀장은 20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3세 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달성하지 못했다. 단순히 무산된 게 아니라 ‘과연 우리가 아시아의 호랑이인가’ 반성과 함께 위기의식을 느꼈다. 연령별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저희 내부가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어떻게 나가야 할까. 이 거대한 물음에 KFA가 이날 기술 철학 발표를 통해 방향성과 지향점을 내놓았다. 

기본적인 방향은 성인 이전의 연령별 대표팀을 잘 운영해 이들을 성인 대표팀까지 잘 끌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최종 목표. 하지만 KFA가 연령별 대표팀을 진단한 결과 연속성과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령별 대표팀이 명확한 운영 목적을 가져야 하고 지도자 운영과 우수 선수 관리의 연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준헌

앞서 2024 파리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황선홍(대전하나시티즌 감독) U-23(23세 이하)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은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사령탑의 운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하게 돼 올림픽 준비를 할 수 없다”라고 아쉬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KFA가 이날 전한 ‘대표팀 경쟁력 강화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U-14(14세 이하)와 U-17(17세 이하) 대표팀은 KFA 기술발전위원회에서 육성 정책 중심으로 키운다. 특히 남자 U-17 월드컵이 격년제에서 2025년부터 매년 열리게 되면서 U-17 대표팀은 중요한 대목에 놓이게 됐다.

김지훈 KFA 축구인재육성팀장도 U-17 월드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창의적인 선수를 어떻게 하면 더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집중했다”며 “창의적인 선수는 다양한 선택지를 응용할 수 선수"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 선택지는 세계 축구 트렌드에 입각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임생

U-20(20세 이하)과 U-23, 남녀 성인 대표팀은 KFA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관리한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과 성인 대표 발탁,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성과, 마지막으로 월드컵 우승이라는 단계별 목표를 하나씩 이행하게 된다.

KFA의 고민 중 하나가 아시안게임이다. U-23 대표팀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 2년 뒤 열리는 올림픽 준비가 어렵다는 지적이 그동안 이어져 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본처럼 아시안게임에 U-21 대표팀을 출전시켜 이들이 2년 뒤 올림픽에 자연스럽게 출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KFA는 기존 방식처럼 하거나 아시안게임에 U-21 대표팀을 출전시키거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팀을 별도로 만드는 3가지 방안을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은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을 놓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나왔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가 되고 해외 진출 혹은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 U-21 대표팀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되면 우승 확률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신 U-22 대표팀 A·B 코치와 U-20 대표팀 C·D 코치를 나눠 운영하고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C·D코치가 U-22 대표팀을 맡게 해 연속성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조준헌 팀장은 “그동안에는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다음 올림픽이 시작할 때 (새로운) 선수 파악이 안 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남은 2년을 준비하면서도 1년은 선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감독과 코치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데이터를 쌓아가고 감독이 체크를 잘하면서 (지금처럼)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준비하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는 이번 기술 철학 발표와 관련해 “선수 개인의 성장과 특성 발현에 중점을 두겠다”며 “KFA는 그 동안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성인 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연속성과 연계성을 가지고 게임 모델을 적용하겠다. 재능 있는 선수와 인재를 투명하게 공유해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