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도 안 봐... 극장가 빈익빈 부익부 ‘심각’

2024-06-21     나혜인 기자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영화 당 평일 일일 관객 수가 1만명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빈익빈 부익부 사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일 '인사이드 아웃2'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일일 관객 수 1만명도 모으지 못했다. 이날 '인사이드 아웃2'은 14만378명을 모으며 선전했지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7582명, '원더랜드'는 5451명, '그녀가 죽었다'는 4633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관객 5000명을 넘긴 작품은 '인사이드 아웃2',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원더랜드' 단 세 작품. 각 작품 상영 횟수와 상영관 수용 관객 수를 따지면 티켓이 나가지 않아 당일 상영이 취소되는 경우 혹은 10명 미만의 관객이 상영을 유지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월트디즈니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 등 스타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며 기대작으로 불린 '원더랜드'는 개봉 후 한 달 가까이 관객 100만명도 모으지 못했다. 20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61만1874명. 손익분기점 약 290만명까지 230만 관객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극장가 빨간 불이 켜진 것은 17일부터다. 12일 개봉해 일일 관객 10만명대를 모으고 있는 '인사이드 아웃2'과 달리 다수 작품이 1만명 아래로 내려왔다. 기존 개봉작들이 부진한 수치를 기록하자 오는 26일 개봉하는 '핸섬가이즈', 내달 2일 개봉 예정인 '탈주' 등의 유료 소규모 사전 시사회가 박스오피스 상위를 차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여름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개봉하지 못한 텐트폴 영화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 그중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작품이 1만명 아래의 관객을 모으는 사태가 있었으나, 올해는 경쟁 수위가 미미한 상황에서도 전체 작품 관객 수가 하락했다.

특히 한국영화 관객 수가 추락했다. 이달 한국영화 총 관객 수는 183만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4' 등이 극장을 이끈 1월(462만명), 2월(696만명), 3월(828만명), 4월(635만명), 5월(704만명)과 비교하면 최소 3분의 1 관객이 사라진 셈이다.

영화관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극장 대목이라 불리는 7~8월 개봉작들도 정면승부 대신 서로 간격을 두고 개봉하며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주'는 내달 3일, 이선균, 주지훈 등이 출연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내달 12일,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은 내달 31일, 혜리 주연의 '빅토리'는 8월 14일 등으로 개봉 시기를 조율했다. 이 밖에 '행복의 나라', '베테랑2' 등도 기존 개봉작들과 거리를 두고 개봉한다.

현재 영화계는 동시 개봉 선택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개봉한 '더 문', '비공식 작전' 등의 뼈 아픈 교훈이 더해진 결과다. 9월 추석 대목 역시 기대작인 '베테랑2'이 예정된 만큼 다른 영화들도 일정 간격을 두고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 성수기'가 사라졌기 때문. '파묘'는 비수기인 2월에 개봉했음에도 1191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엔데믹에도 끝나지 않는 극장 관객 축소는 한국영화 위축 우려를 일으키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한국영화 도약을 바라보는 시선도 자리한다. 극장 티켓 가격 상승과 함께 '실관람 관객평'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영화 선택 기준이 높아진 것. 이에 상업영화들이 스타성을 내세운 기존 문법을 내려놓고 퀄리티 높은 영화들을 물색할 거라는 기대를 불러오고 있다. 내달 여름 시장이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극장과 한국영화가 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