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권리 보호 ‘검정고무신 방지법’, 입법 재시동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중복 규제 우려로 좌초된 '검정고무신 방지법'이 입법 재시동을 건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화산업 불공정 개선 위한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를 열고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2022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66조9000억원에 달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통 방식이 복잡·다양화되고 산업구조의 양극화도 심화되면서 다양한 불공정 행위들이 누적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만화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창작자 권리 보호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른바 '검정고무신 방지법'이라 불리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문화산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금지 행위로 정하고 창작자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강유정 의원은 토론회를 열고 웹툰, 출판만화, 일러스트, 영화, 방송연기자, 음원 분야의 창작자들을 초대해 현장의 불공정 사례들을 들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동생인 이우진 작가도 참석했다. 이 작가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상대로 민사 소송이 4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고인이 된 형의 딸인 어린 조카를 상대로 수천만원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형이 죽기 전까지는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웹툰 분야의 조은 작가는 웹툰 플랫폼의 판촉 행위에 따른 비용을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업계 관행을 증언했다. 조 작가는 "보너스 코인 등 플랫폼의 할인 행사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작가가 부담한 사례도 있다"며 "판촉 행사에 동의한 적이 없어도 플랫폼 연재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년차 만화가인 김동훈 작가는 웹툰계의 불공정한 제작 관행을 꼬집었다. 김 작가는 "연재 시작 전에 제작사가 일방적으로 제작 중단을 통보할 경우 작가가 제작비를 반환해야하고, 작가의 사정으로 중단될 경우 제작비의 2~3 배를 반환해야 한다"며 모든 귀책의 책임을 작가가 지게되는 불공정 행위를 지적했다.
또한 "연재가 종료될 경우 작가가 아닌 제작사가 그림체와 디자인 등 모든 지적 재산권을 승계해 작가 없이도 후속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알렸다.
일러스트 분야의 증언자로 나선 이요안나 작가는 ▲ 낮은 보수와 불합리한 수익 배분 ▲ 불명확한 계약 조건과 법적 보호의 부족 ▲ 과도한 업무 요구와 비현실적인 마감 기한 ▲ 저작권 침해와 무단 사용 사례를 전했다 .
영화 분야에서는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가 사례 발표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관객은 줄어들지만 극장 수는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흥행 양극화로 인해 스크린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상영관 확보가 불가능한 중소 영화가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고 언급했다.
방송연기자 분야 사례자로 나선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 편성 전 출연료 미지급 관행 ▲ 최저 출연료 책정 및 법제화 필요성 ▲ 편집에서 삭제되면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 ▲ 표준계약서 강제 필요성 ▲ OTT 재상영분배금 국내 도입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
끝으로 음원 분야 사례 발표에 나선 이종현 음원제작사 대표는 일부 방송사와 프로그램의 갑질에 대해 "방송사의 지위를 이용해 편파적인 계약을 종용하면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전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진재영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금융지원과 과장은 "국회에서 입법이 진행되면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강유정 의원 역시 "의견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보완해 입법 과정의 어려움을 해소할 것"이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