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KFA? 제2의 클린스만 사태 우려

2024-07-02     김진수 기자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이후 6개월 넘게 정식 사령탑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KFA)가 여전히 제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대표팀 감독 후보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돌연 사의했다. 이후 전력강화위 위원 일부 위원도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해성 위원장은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되고 전력강화위가 새로 꾸려지면서 마이클 뮐러(독일) 위원장의 후임으로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을 이끌어왔다. 정해성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차기 감독의 조건 8가지를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홍명보 울산 HD 감독 등 현역 K리그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이를 철회하고 새 감독을 물색했으나 선임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정해성 위원장은 결국 임시 사령탑 카드를 꺼냈다. 황선홍(대전하나시티즌 감독) 당시 23세 이하(U-23) 감독과 야인 생활을 하던 김도훈 전 감독에게 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맡기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렀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C조의 한국은 조 1위로 3차 예선에 올라가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새 사령탑을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력강화위는 제시 마치(캐나다 대표팀 부임), 헤수스 카사스(이라크 대표팀 잔류) 감독 등과 접촉했으나 영입 성사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달 10여 명이던 후보군이 좁혀지고 일부 외국인 후보 화상 면접도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해성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 소식이 나왔다. 정해성 위원장의 의견과 축구협회 고위층의 이견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사의에 대해 1일 성명서를 통해 “사실상 경질된 것과 다름없다”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원하는 감독을 사실상 내정해 두었으나 전력강화위가 정몽규 회장의 의중과 다른 감독을 추천하자 정몽규 회장이 정해성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력강화위 자체를 불신하고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정해성 전력강화 위원장 선임부터 사실상 경질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이미 많은 축구인은 정몽규 회장의 협회 운영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땜질식인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외국인 지도자가 연봉 등 현실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선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홍명보 감독과 김도훈 전 감독 등 국내 지도자에 무게를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축구협회에서는 외국인 지도자를 좀 더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 사실상 독단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축구인들의 시선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홍명보 감독은 최근 KFA의 행정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0라운드를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면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며 "협회에서 누구도 정해성 위원장을 지원해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혼자 고립되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KFA 직원들이 제 몫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 내부를 보면 위원장 자리는 전문성 있는 분들이 한다. 상벌위원장은 법조인, 의무위원장은 의료인이 하는데, 이분들을 도와줘야 하는 게 협회 행정 직원들"이라며 "고위급 행정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일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차기 대표팀 선임 작업을 주도한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2일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 기술이사는 거스 포옛(56·우루과이)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52·독일) 전 노리치 시티(잉글랜드) 감독을 만날 예정이다. 현재 감독 후보에는 포옛 감독과 바그너 감독, 그레이엄 아놀드(60·호주) 호주 대표팀 감독 등이 최종 후보로 남아 있다.

포옛 감독은 현역 시절 레알 사라고사(스페인), 첼시, 토트넘(이상 잉글랜드) 등 빅리그에서 뛰었다. 감독으로는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 아테네(그리스), 상하이 선화(중국) 등을 지휘했다.

바그너 감독은 감독으로는 처음 1군 팀을 맡았던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허더즈필드 타운에서 2016~2017시즌 EPL 승격을 이뤄냈다. 샬케(2019~2020·독일), 영보이스(2021~2022·스위스), 노리치 시티(2023~2024·잉글랜드) 등에서 사령탑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