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레이놀즈, 9살 딸과 '이혼(?)' 위기에도 '데드풀' 고집한 이유 [SQ현장]
[광화문=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데드풀'의 상징인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새 시리즈의 배우이자 프로듀서, 작가로 나서 '마블 데드풀'의 탄생을 알린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감독 숀 레비)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숀 레비 감독을 비롯해 두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 숀 레비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절친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세 사람은 취재진과 MC 박경림의 질문에 유쾌하게 답변하며 행사를 화기애애하게 물들였다.
그중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은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특급 코리아 사랑'을 자랑한 배우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3번째, 휴 잭맨은 6번째 방한. 휴 잭맨은 2009년 '엑스맨 탄생: 울버린' 개봉 당시 서울시 홍보대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의 영향 덕분인지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숀 레비 감독은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요청하자 기다렸다는듯 주머니에서 손가락을 꺼내 'K-하트'를 선보였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도 여유롭게 손가락 하트와 볼하트를 꺼내들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라이언 라이놀즈 분)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휴 잭맨 분)을 찾아가게 되며 펼쳐지는 도파민 폭발 액션 블록버스터. 월드와이드 15억6000만달러(한화 2조1537억원) 흥행 수익 기록, 국내 마블 청불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 달성 등 R등급 히어로 영화의 새 역사를 쓴 '데드풀'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으로, 예고편은 24시간 만에 3억6500만 조회수를 달성하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넘어선 역대 최고 조회수를 찍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휴 잭맨은 "서울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 6번째 방문인데 올 때마다 기쁘다. 저에게 너무 큰 의미가 있는 영화를 소개하게 돼 기대된다"며 "서울 홍보대사 임기가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저를 홍보대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가장 친한 친구 둘과 만들었다. 울버린을 다시 연기하게 돼 기쁘고 지금까지 연기한 울버린 시리즈 중 가장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영화"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제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 출신이다. 제가 워낙 끔찍한 딸바보라(웃음)"라며 한국을 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했다.
◆ 라이언 레이놀즈 딸, 아빠와 이혼 선언? "'데드풀' 그만해!"
라이언 레이놀즈는 할리우드 대표 '딸부자'다. 2012년 할리우드 최고 스타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재혼해 슬하에 4명의 딸을 두고 있다. 첫째 제임스는 올해 9살, 둘째 이네즈는 7살, 셋째 베티는 4살이다. 막내는 지난해 태어났다.
이번 작품을 제작하면서 첫째인 제임스와 불화를 겪기도 했다고. 그는 "'데드풀' 촬영을 마치고 믹싱, 색보정 등을 마무리 하니 딸이 '영화를 다시 하면 이혼하겠다'고 말하더라. 정확히 '이혼'이라고 표현했다. 일을 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저는 가족을 너무 사랑하는 아빠인데 이렇게 집을 떠나 일만 하니 섭섭함을 느낀 것 같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만큼 '데드풀' 3번째 솔로 무비인 '데드풀과 울버린'에 많은 공을 들인 그다. '데드풀'(2016), '데드풀2'(2018)에서도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데드풀과 울버린' 제작에도 참여했다. 지난 2편에 이어 각본에도 적극 공헌해 프로듀서, 작가, 배우 3개의 역할을 해냈다. '데드풀' 시리즈는 특유의 말맛이 특징인 작품으로, 재치 넘치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각본에 참여하면서 더욱 풍부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3편은 데드풀과 울버린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편입되는 첫 시도다. 20세기 폭스 작품이었던 '데드풀'은 2019년 디즈니가 20세기 폭스를 본격 인수하면서 디즈니의 울타리에 들어왔다. 20세기 폭스는 '폭스'를 떼고 '20세기 스튜디오'로 사명을 변경했고, 마블 스튜디오와 함께 '엑스맨' 차기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엑스맨' 세계관의 데드풀이 MCU 세계관에 들어와 마블 히어로가 됐다. 울버린도 마찬가지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첫 번째 영화가 10년 걸려 개봉했을 때 감격했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사랑해주셔서 고마웠다. 2편 개봉 때는 다시 한 번 그 사랑을 2배로 늘리는 계기가 됐다"며 "지난 6년도 쉽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함께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끔 설득하고, 마블과 영화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MCU와 엑스맨 세계관을 합치는 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확신이 있다면 밀고 가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 MCU 최초 '청불 히어로', 특명 마블을 구하라!
MCU에 발을 들인 데드풀은 스스로를 '마블의 구세주', '마블의 예수님(Marvel Jesus)'이라 칭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숀과 제 뉴욕 아파트에서 스크립트를 쓰면서 '마블의 예수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데드풀이 스스로를 구세주라고 망상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진짜로 마블을 구하겠다는 건 아니다. 마블이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 못해 리셋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희도 알고 있다"고 최근 MCU 시리즈의 부진을 인정했다.
이어 "제 아내인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마블의 예수님'을 보고 마블을 구하기 위함이냐고 묻더라. 저는 그러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며 "저희 세 명에게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바로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 세계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 싶었다. 지난 10년을 보면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마법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다"고 영화의 출발점을 짚었다.
즐거움을 주는 방법으로 제4의 벽을 과감하게 깨는 방식을 택했다. 제4의 벽은 영화와 관객 사이의 거리감을 뜻한다. 영화 속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등의 연출이 제4의 벽을 깨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한 발 더 나아가 라이언 레이놀즈, 휴 잭맨의 절친한 관계를 적극 활용해 실제 배우와 캐릭터의 경계를 지운다.
숀 레비 감독은 이에 대해 "'데드풀과 울버린'은 우정에 관한 영화다. 처음에는 혐관으로 시작해서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는다. 저희 세 명의 관계와 같다"고 설명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이 울버린에게 말하는 것인지, 라이언이 휴에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제4의 벽을 허무는 순간들이 있다. 서프라이즈한 장면들"이라고 귀띔해 기대를 자아냈다.
2000년 '엑스맨'에 등장해 '엑스맨2'(2003),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더 울버린'(2013),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로건'(2017), '데드풀2'(2018) 등 20여 년, 총 10개의 작품을 통해 울버린으로 살아온 휴 잭맨은 "울버린의 최고 버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번 작품에서 라이언이 참여한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를 할 때 나만큼 울버린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구나 깨달았다. 울버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느껴지더라. 기존과 차별화된 울버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MCU 편입과 함께 '데드풀' 고유의 색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숀 데비 감독은 "'데드풀'이 디즈니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지는 않았다. 저는 '로건'과 '데드풀'의 팬이었고 디즈니 역시 기존 작품과 이번 작품이 다를 거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최초 청불 MCU를 제작하면서 기존 톤을 유지하라고 하더라"며 "디즈니 안에서 노는 것은 즐거웠다"고 안심시켰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은 청불로 만들고자 해서 시작한 작품이 아니다. 스토리를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오는 2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