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진, 여갑순-김장미 반열... 진종오 떠나도 '사격 한국'

2024-07-28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금지현(경기도청)-박하준(이상 24‧KT)에 이어 이번엔 오예진(19·IBK기업은행)과 김예지(31·임실군청)다. 진종오가 물러났지만 한국 사격은 여전히 올림픽 메달 레이스를 이끄는 효자 종목이다.

오예진은 28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1위에 올라 애국가를 울렸다. 김예진도 오예진과 끝까지 겨루면서 시상대 바로 옆에서 함께 애국가를 들었다.

대회 이틀째 일정인데 사격에서만 벌써 3호 메달(금1, 은2)이 나왔다. 종합 메달 5개 중 3개를 책임지면서 사격이 초반 한국의 메달 레이스를 하드캐리하는 형국이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종목의 집단 몰락으로 맥빠졌던 분위기가 명사수들의 정확한 조준에 힘입어 살아나고 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하나에 그쳤던 한국 사격은 이로써 2012 런던에서 거둔 금3, 은2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올림픽에서만 금4, 은2을 목에 건 ‘사격 황제’ 국회의원 진종오(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를 배출한 나라답게 한국 사격은 분명 저력이 있다.

오예진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제주여상)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여자 고등부 권총 9개 대회를 휩쓴 ‘천재’ 10대 사수다. 지난해 국제사격연맹(ISSF) 자카르타 월드컵과 아시아사격선수권을 석권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본선에서 2위로 결선행을 확정 지은 오예진은 결선 초반 4발 연속 10점 이상을 쏘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독주 체제를 갖췄다. 중반인 11‧12발째에 잠시 흔들리며 김예지에 선두를 내주긴 했지만 금세 페이스를 찾으며 1위를 탈환했고 결국 우승에 성공했다.

오예진은 2016 리우의 진종오 이후 8년 만에 한국 사격에 금메달을 안김으로써 여갑순(1992 바르셀로나), 김장미(2012 런던)와 더불어 여자 사격의 아이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여자 10m 공기권총 최초의 한국인 금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아로 새긴 오예진이다.

베테랑 김예지는 자신감이 무기다. 권총 25m가 주종목인데 최근 들어 공기권총 10m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더니 결국 올림픽에서 버금자리에 오르는 사고를 쳤다. 지난 5월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개인 종목 2개 모두 금메달이 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게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김예지다.

오예진이

전날 박하준과 호흡을 맞춰 공기소총 10m 혼성에서 은메달을 딴 금지현과 공통점도 있다. 바로 엄마라는 점. 6세 자녀를 둔 그는 금지현에 이어 스포츠계 엄마 파워를 이어가게 됐다.

순조롭게 진행 중인 한국 사격의 메달 레이스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오른 오예진은 사격 남자 공기권총 10m 결선 4위에 자리한 이원호(24·KB국민은행)와 오는 30일 공기권총 혼성 본선에 나선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인 반효진(17·대구체고)도 빼놓을 수 없다.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 634.5점을 쏴 대회 올림픽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본선을 1위로 통과한 반효진은 29일 결선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