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만큼 값진 메달들, 펜싱·유도가 자아낸 감동

2024-08-04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금메달만큼 값진 메달들이었다. 유도와 펜싱이 진한 감동 스토리를 자아내며 한국의 메달 레이스에 힘을 보탰다.

윤지수(31), 전하영(22·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23·전남도청), 전은혜(27·인천광역시 중구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선 역대 최고 성적이다.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42-45로 패한 게 아쉽지만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개최국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프랑스를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는 등 충분히 선전했다.

2012년 런던 대회 여자 사브르 챔피언인 한국 여자 펜싱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의 은퇴, 윤지수를 제외한 셋이 올림픽 첫 출전이라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였으나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물리치고 시상대 버금자리에 섰다.

최세빈은 2000년생, 전하영은 2001년생으로 어려 미래가 밝다.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국제대회에서 주로 4위에 그쳤던 한계도 뛰어넘었다. 동메달, 은메달로 한 계단씩 순위를 끌어 올린 여자 사브르의 다음 목표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를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로 마감해 효자 종목의 위상을 지켰다. 단일 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 2개가 나온 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던 2012년 런던 대회(금2·은1·동3) 이후 12년 만이다.

사브르가 레이스를 리드했다. 오상욱(대전시청)이 남자 개인전에서, 오상욱을 필두로 한 남자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남자 대표팀으로부터 승리의 기운을 받은 여자 대표팀이 은메달을 추가했다.

유도 대표팀의 동메달도 펜싱 은메달 못지않게 국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대표팀은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혼성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4-3으로 누르고 3위에 자리했다.

3년 전 2020 도쿄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 단체전은 남자 3명(73㎏급·90㎏급·90㎏ 이상급)과 여자 3명(57㎏급·70㎏급·70㎏ 이상급)이 출전해 4승을 먼저 거둬야 이기는 방식이다. 체급 6개 중 한국은 남자 73㎏급과 여자 70㎏급 선수가 없어 불리한 터였다.

남자 66㎏급 안바울(남양주시청)이 73㎏급에서, 여자 63㎏급 김지수(경북체육회)가 여자 70㎏급에서, 남자 81㎏급 이준환(용인대)이 한주엽(하이원)을 대신해 90㎏급에 각각 출전해야 했다. 개인전에서보다 높은 체급의 선수들과 겨뤄야 하는 상황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불리함을 딛고 기어이 승리했다. 맏형 안바울이 하이트라이트였다. 자신보다 6㎏ 가량 체중이 더 나가는 이고어 반트크와 9분 38초 동안 싸우며 졌던 그가 3-3으로 맞선 가운데 진행된 추첨에서 마지막 주자가 된 것.

탈진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극한의 조건에서도 안바울은 정신력을 발휘하며 당당히 맞섰고 결국 상대에게 지도 3개를 안기고 반칙승을 거뒀다. 그러자 선수 전원이 매트로 뛰어나와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다같이 일군 동메달이라 의미를 더했다.

안바울이 보여준 투혼 덕분에 한국 유도 대표팀 전원(11명)이 포디엄에 섰다. 이번 대회 개인전 16강에서 탈락했던 안바울은 개인적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은), 2020 도쿄 대회(동)에 이어 세 대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돼 아쉬움을 달랬다. 3연속 올림픽 메달은 한국 유도 선수 최초의 기록이다.

한국 유도는 은메달 둘, 동메달 셋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혼성 단체 동메달과 개인전 은메달 2개(남자 100㎏ 이상급 김민종·여자 57㎏급 허미미), 동메달 2개(남자 81㎏급 이준환·여자 78㎏ 이상급 김하윤)가 나왔다.

비록 금맥 캐기에는 실패했지만 2000년 시드니 대회(은2‧동3) 이후 가장 많은 메달(5개)을 수집해 부활을 예고했다. 김민종, 허미미, 이준환, 김하윤 등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전부 20대 초중반 나이라는 점도 다음 LA 올림픽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