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JOB아먹기(165) 최다희] 선수 트레이너(AT), 바빠서 더 매력적인 직업
[스포츠Q(큐) 조은빈 객원기자]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전후로 인터뷰 때마다 트레이너 선생님을 언급했다.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고서도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 트레이너(AT). 선수가 경기장에서 모든 역량을 쏟을 수 있도록 컨디션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부상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선수가 다치면 빠르게 돌아오도록 돕는다.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선수들과 온종일 함께 지내며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주목받는 직업, AT를 스포츠잡알리오 대학생 기자단이 만났다.
-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트레이닝 센터 트레이너와 배드민턴 국가대표 후보선수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최다희입니다. 반갑습니다.”
- AT를 희망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경기를 보다가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나가는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그때 AT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 쭉 선수들에게 도움되는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일단 어느 환경에서 일하는 AT인지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요. 공통적으로 선수들에 관한 모든 것에 AT가 관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트레이닝 센터에서 부상당한 선수들이 건강한 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운동이나 컨디셔닝으로 도움을 주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부상자 외에도 선수들이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운동 프로그램을 구상해서 지도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 대회 출장, 해외파견 같은 경우 AT 업무는?
“그런 경우,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게 AT의 일인 것 같아요. 컨디션 체크, 운동 전 웜업, 운동 후 쿨다운, 테이핑, 운동 지도, 수분 보충·의약품, 일과가 끝나면 숙소에 들어와 매뉴얼과 컨디셔닝... 크게 생각나는 건 이 정도입니다. 팀 내에서 선수들의 엄마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스포츠의학과를 수석으로 조기졸업하셨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사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닐 때 코로나가 유행해서 비대면 수업을 받던 때라 학점을 받기가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배우고 싶었고 워낙 관심 있는 수업들을 열심히 듣고 복습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 이 일 하기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다면?
“내가 케어한 선수가 경기장에서 본인만의 플레이를 할 때요. 선수가 피나게 노력하고 고민했던 모습을 제가 아니까. 그런 순간들이 모여 선수가 후회없이 경기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차고 행복한 것 같아요.”
- 어려운 점이 있다면?
“AT는 선수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는 직업인데요. 그러다보니 선수들의 속마음이나 고민거리 등을 자연스럽게 듣는 경우가 생겨요. 심리적인 부분도 선수들의 경기력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 주 전공은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주로 이런 선수들에게는 전문적으로 스포츠 심리상담하시는 선생님들을 소개해주곤 합니다."
- 본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면?
“선생님들마다 트레이닝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들이 다 달라요. 그래서 여러 선배님들의 트레이닝법을 배워보거나 선수에게 직접 적용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고 나와도 잘 맞는 방법을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대학 시절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이론 공부를 확실히 해두는 게 가장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다양한 실습을 추천합니다. 대학교 AT 센터에서 태권도 겨루기부 보조 트레이너로 실습하며 선배들에게 현장의 이야기도 듣고, 테이핑·매뉴얼 등 현장에서 사용하는 테크닉들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됐거든요. 센터에서 실습하며 이론을 현장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이론과 현장의 차이를 느껴보기도 했어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내가 앞으로 어떤 AT가 될 것인지,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부분을 더 준비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요."
-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부상에 강한 몸을 만드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과거 병력과 만성 통증을 파악해서 그 통증을 없애는 트레이닝을 좋아합니다.”
- AT로 일하면서 겪어본 특별한 일화가 있다면.
“국제대회에 트레이너로 참여하면 의외로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선수에게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는 것들이죠. 그래서 AT를 꿈꾸는 사람들은 평소에 영어공부를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AT가 되는 방법은?
“한국선수트레이너협회(I-KATA),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R-KATA), 건강운동관리사 등 AT 자격증들이 몇 가지 있어요. 취득 후에는 자신이 희망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경험을 쌓고, 채용 공고에 맞춰 지원하면 될 것 같습니다.”
- AT라는 직무의 장단점은?
“단점부터 말씀드리면 확실히 AT는 개인 시간이 없는 직업입니다. 센터에서 일하더라도 퇴근 후 선수가 아프다고 연락오거든요. 장점은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경기장 밖에서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케어하는 것이 AT의 역할이니까 매 경기 함께 뛰는 심정으로 임하죠.”
- AT 직업을 추천한다면 그 이유는?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주 역설적으로 이 직업의 단점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바쁘고 정신없고 피곤한 그 순간 제 존재가치를 느껴요. 개인 시간이 없는 직업이지만 그만큼 선수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의미니까, 이렇게 본인의 가치를 매 순간 확인받고 싶다면, 그리고 그 마음이 워라밸을 중요시 여기는 마음보다 크다면, AT는 추천할만한 직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AT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일을 하면 할수록 AT라는 직업이 이론으로나 실기로나 공부를 많이 하고, 모든 상황에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다방면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직업임을 느낍니다. AT는 본인의 워라벨보다는 타인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스포츠를 사랑한다면 타 직종보다 직업에서 오는 뿌듯함이 클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연차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예비 AT선생님들, 열심히 준비하시고 꼭 현장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본인만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선수들이 모두 부상 없이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유소년 엘리트 선수들이 모두 어린 나이부터 적절한 트레이닝과 컨디셔닝을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유소년 때부터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