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공식 입장, 문체부-대한체육회에 바란 한 가지는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안세영은 16일 인스타그램에 A4 2장 분량의 글을 공개했다. 지난 7일 대회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지 11일 만이다.
안세영은 불합리한 관습을 유연하게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부상과 관련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상에 있어서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랐다”며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다”라고 했다.
그는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 ‘그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자’라는 말 한마디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했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관리, 선수 육성과 훈련방식, 일방통행식 의사 결정 체계 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 이와 관련한 경위를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안세영은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점차 규정과 시스템을 바꾸고 변화해 나간다면 저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수들도 조금 더 운동에 집중하고 케어 받는 환경에서 운동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안세영은 “지금부터는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 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셨으면 한다”며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안세영은 “저는 배드민턴이 비인기종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고 재능 있는 인재도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국민분들의 따뜻한 응원도 받을 수 있다. 그건 모두 다 협회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 했다.
안세영은 “저도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고 모자란 것이 많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자칫하면 배드민턴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무섭게 밀려든다”며 “하지만 그동안 받은 국민 분들의 응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올림픽을 마친 안세영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오픈(8월 20∼25일)과 슈퍼 500 코리아오픈(27일∼9월 1일)에 발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나서지 않는다.
한편,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 절차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 정관은 단체 내 '각종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에서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배드민턴협회는 '협회의 장은 그 내용이 경미하거나 또는 긴급하다고 인정할 때는 이를 집행하고, 차기 이사회에 이를 보고해 승인받아야 한다'는 예외 조항을 활용해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고 했다.
이어 "진상조사위 구성은 결코 경미한 사항이 아니라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라며 "지난 7일 회장이 귀국했을 때 즉시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협회는 아무 조처를 하지 않다가 15일 광복절에 조사위 구성을 발표했다"고 했다.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절차적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주무관청의 감독 권한(민법 제37조)을 활용해 ‘협회 정관에 따라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구성하라’고 권고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5일 “파리 올림픽 기간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한 협회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16일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