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천만 상업영화' 아닌 '좋은 대중영화' 위한 류승완의 질문

2024-09-09     나혜인 기자

[용산=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흔히 '좋은 영화'란, 주제를 두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관객 스스로 질문을 톺아보게끔 만드는 영화를 이야기한다. 2015년 '베테랑'이 선과 악 이분법적인 정답을 가진 상업영화로서 대성공을 거뒀다면,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는 인간 저마다 다른 의미를 떠올리는 정의와 신념을 내세워 조금 더 '좋은 영화'로 나아가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나는 내 영화를 '상업영화'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대중영화'라고 표현한다"는 류승완 감독의 신념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1341만명을 동원한 '베테랑'(2015)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으로 많은 관객의 기대를 모으며 9일 기준 개봉을 4일 남겨두고 예매율 63% 돌파, 2위인 '빅토리'와는 55% 가량 차이를 벌렸다. 

앞서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면서 세계 4대 영화제 중 2곳의 선택을 받은바. 토론토 일정을 마치고 지난 8일 귀국한 류승완 감독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베테랑2'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에서 "다행히 (토론로 영화제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던 것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 '리썰 웨폰'을 언급해주신 것이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경찰 영화를 언급해 주실 정도로 좋게 봐 주셔서 영광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 정의와 신념의 대격돌

재벌가 범죄 카르텔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조태오(유아인 분)라는 독보적인 빌런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1편과 달리 속편은 오랜 공백의 고민이 담긴 옷을 입고 있다. 사적 복수를 소재로 서스펜스와 스릴, 무게감을 더하고 오늘날 사회가 어떻게 새로운 빌런을 만들어내는지 이야기한다. 우리는 과연 서도철의 명대사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류승완 감독은 "지난 영화에서 빌런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빌런 관심도가 높더라. 하지만 이번 영화는 누가 빌런이느냐 보다 빌런의 행위, 그 행위에 따른 여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어떤 사건에 분노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단적으로 소스만 보며 분노하고, 다른 이슈가 생기면 그곳으로 관심이 넘어가죠. 사회는 개인이 내린 판결에 대한 문제는 논하지 않고 계속 흘러가고 있어요."

'베테랑2'는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는 구도다. 정의를 상징하는 서도철, 신념을 상징하는 박선우가 치열하게 부딪힌다. 류승완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 속시원한 해답을 얻어가기보다 토론해볼 만한 질문거리를 가지고 극장에서 나서길 바랐다. 그렇기에 빌런 서사를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어떤 출발점이 있는 거지 계속 질문해보는 거다. 이러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답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경찰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박선우는 자신이 벌이는 행위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갖지 않는다. 단죄라는 목적 하에 사냥감을 또렷하게 응시할 뿐이다. 그동안 말간 얼굴로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를 대변했던 정해인이 박선우를 연기하면서 설득과 혼란을 동시에 가져간다. 

류승완 감독은 "만약 1편과 같이 선과 악, 명확한 구도 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전작의 조태오와 박선우를 비교해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박선우는 조태오와 출발부터 다르다"며 "신뢰감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박선우는 자기 신념이 확고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관객에게도 신뢰를 던져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정해인과 류승완 감독은 최정열 감독의 영화 '시동'(2019)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제작자로 함께한 류승완 감독은 정해인에게서 '신뢰감'을 느꼈다고. 그는 "젊은데 묵직하고, 차분하고, 편견이 없고, 있는 그대로 흡수하려는 태도도 좋았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이 배우와 함께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정보량이 많은 대사를 스피드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딕션과 전달력이 정말 좋더라"라고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다.

특히 극중 관객을 압도하는 시선 연기에 대해서는 "같은 눈인데 어떨 때는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어떨 때는 선량해 보인다. 여러가지 눈을 가지고 있어서 이 배우가 함께 해준 것이 큰 복이구나 싶었다"고 강조했다.

◆ '선별된' 정보화 시대, 두려움을 마주하다

'베테랑2'에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사이버 레커(렉카), 가짜 뉴스, 알고리즘에 의한 정보 편향 등이 다뤄진다. 이제는 조회수, 광고 수익을 위해 자극적으로 편집된 정보들이 새로운 '사회의 악'으로 불리고 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연예부장' 고 김용호 등 실제 인물들이 연상되는 장면들이 이어지기도. 사이버 레커발 언어를 그대로 다루는 언론의 문제점도 다뤄진다.

류승완 감독은 "요즘은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다. 이런 영상 매체로 알게 모르게 삶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은 수년 전부터 이루어져왔다.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는 우리의 음성 등을 인식해서 알고리즘에 따라 정보를 편집, 제공하지 않나. 사건을 여러 측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시각으로 보고 소비하고. 편리함과 맞바꾼 것들이 위험 수위에 오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저는 때때로 두렵다. 실재하는 삶과 온라인상의 삶, 언론의 삶이 불일치하는 것을 볼 때마다 두려울 때가 있다. 그것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놨다.

◆ '영화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진심 

이번 영화를 통해 류승완 감독의 영화사 외유내강은 17번째 작품을 맞이했다.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장편 데뷔식을 치른 뒤 13개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고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주먹이 운다'(2005),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2), '군함도'(2017), '모가디슈'(2021), '밀수'(2023) 등 굵직한 대표작들로 명성을 더했다. 류승완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에서도 찬란히 빛난 감독이다. 영화 시장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봉한 '모가디슈', '밀수'는 모두 좋은 평가를 얻었고, 그중 '밀수'는 지난해 여름 시장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베테랑'이 1300만이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낸 바 있기에 속편도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기대케 하는 상황. 그러나 류승완 감독은 기대 성적에 대한 질문에 "저는 상업영화라는 표현을 지양한다. 제가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박스오피스 성적이 아니기에 대중영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물론 흥행이 좋지만 숫자에 목표를 두면 저만 괴롭다. 성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시는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게 중요하다"며 "저는 관객을 1000만명 중 한 명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제 영화가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끝으로 '베테랑'의 탄생 배경에는 황정민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1편은 황정민 배우가 없었다면 출발 자체를 못 했을 거다. 2편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후 "'베테랑' 시리즈는 이제 저는 없어도 황정민은 없으면 안 되는 시리즈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황정민의 인간적인 면과 배려심을 이야기하던 그는 "저희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라 작품을 하면서 당연히 다음 세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서도철이 마지막에 아들에게 하는 한 마디가 정말 중요하다.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은 얼마나 값지고 귀한가. 실수를 인정하는 어른, 인간 황정민의 모습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베테랑2'는 추석 연휴를 겨냥해 오는 13일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