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노조까지? 입지 좁아진 정몽규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정몽규 집행부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협회를 떠나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장을 향한 분노가 이번엔 내부에서 나왔다. KFA 노동조합 운영위원회가 정몽규 회장과 집행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미 팬들의 부정적 여론이 상당한 가운데 정몽규 회장은 오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출석을 앞두고 내외부에서 비판이 이어지면서 정몽규 회장의 입지가 좁아진 모양새다.
KFA 노조는 12일 “축구 팬과 언론의 성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회장의 4선 고지만 맹목적으로 쫓는 정몽규 집행부의 행태는 무지를 넘어 무능 그 자체”라며 “지난 7월 대표팀 감독 선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국회 출석 등 외부로부터의 목소리에 회장과 협회 집행부는 너무나 둔감하다”라고 했다.
이어 “‘축구협회 일 잘한다. 좋은 정책 펼친다’는 소리 듣게 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만 줄줄이 감사장으로 불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협회 집행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일 KFA 사내 게시판에 ‘시도축구협회-전국연맹과 함께하는 2024 한마음 축구대회 개최 안내’ 공지 글이 떴다. 오는 30일 천안 축구종합센터에서 17개 시도협회 및 산하 연맹 임직원과 친선 축구대회를 한다는 내용.
노조는 “8월 중순부터 상주하고 있는 문체부 감사관은 협회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않는 수준으로 전방위적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 천안 축구센터 건립, 지도자 영역 등은 방대한 자료 요청으로 관련 부서 직원들이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감사에 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숙하고 자성하며 감사에 성실히 임해도 모자랄 판에 친선 축구대회를 연다니 자화자찬과 자기변명으로 가득한 정몽규 회장의 자서전 제목 ‘축구의 시대’가 ‘절망의 시대’로 읽힌다는 어느 직원의 하소연이 지금 임직원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했다. 노조는 이 축구대회가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회장의 사전 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승부조작·비리축구인 사면 파동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에 독단적 관여 및 100억원 위약금 논란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무시 등으로 팬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이 열리기 직전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일진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 등의 걸개를 관중석에 내걸었다. 이어 “정몽규 나가”라고 수차례 소리쳤다. 이날 경기는 정몽규 회장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노조는 “그동안 틈나는 대로 정몽규 집행부의 전횡에 대해 고발하고, 꾸준히 대안을 제시했다”면서 “지난 12년 동안 우리 조합은 때로는 공문으로 필요하면 노조 소식지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안했지만 정몽규 집행부는 쇠귀에 경 읽기처럼 대부분 아무 반응이 없었고, 최근의 헛발질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점점 더 심하게 됐다”고 했다.
노조는 “정몽규 집행부는 이번 임기까지만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오는 10월 국내에서 개최되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어워즈 행사만 성공적으로 치르고 더 이상 국민과 축구 팬의 눈과 귀를 오염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논란과 우여곡절 속에 새로 꾸려진 대표팀 감독과 스태프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끝으로 한국축구와의 인연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머지 산적한 한국축구 개혁 과제는 차기 집행부의 몫으로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길 바란다”고 했다. KFA 차기 회장 선거는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한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오만과의 원정 경기를 마치고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홍명보 감독은 국회 출석과 관련해 “나중에 그런 일이 있게 된다고 하면 당연히 잘할 거다. 특별히 내가 아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