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명 박성웅, '조연→주연' 이준혁 향한 애정 [SQ현장]
[용산=스포츠Q(큐) 사진 나혜인·글 손힘찬 기자] 박성웅이 이준혁과의 동질감을 드러내며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연출 박건호, 극본 황하정·김상원, 크리에이터 이수연)가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박건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준혁, 박성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준혁은 "이런 자리에 올 때마다 아무도 오지 않으시면 어떡하나 걱정하게 된다.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마친바. 예매 3분 만에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열렬한 기대를 확인케 했다. 그럼에도 이준혁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박성웅은 이런 이준혁을 향해 아낌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부산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는 서동재의 포스터에 뽀뽀를 날리기도.
박성웅은 "이준혁 배우도 저처럼 고생을 많이 한 케이스다. 저도 10년 동안 무명이 있었다. 27년 연기를 하면서 이준혁 배우가 대견해 보이더라. 또 배우 자체도 착한 성품"이라며 "안 맞는 점은 술을 못 한다는 것이었다.(웃음) 마지막 날에는 마시더라. 그날 서로 말도 많이 했다"고 너스레 섞인 애정을 표현했다.
이준혁은 "그날 실제로 뽀뽀해주셨다"고 말하며 부끄러운 웃음을 보였다.
박성웅의 첫인상에 대해서는 "(누아르 이미지가 있어) 무서울 것 같아 걱정도 했는데 연기하면서 너무 좋았다. 동재(이준혁 분)가 남완성(박성웅 분)에게 거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데 무섭지 않나. 그런데 다 받아주시면서 아무렇지 않게 즐겨주시는 걸 보면서 '연기할 때만큼 너무 좋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끝내고 나서 사석에서도 엄청 챙겨주시더라. 뽀뽀도 해주시고.(웃음) 여전히 무서운 부분도 있지만 정말 다정하시 분이라는 걸 느꼈다. 최근 '랑데부'라는 연극을 하셨는데 사석의 따뜻한 모습니 나오더라. 제가 너무 무섭게만 기억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은 너무 좋다"고 화답했다.
장르물의 새 장을 연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로 인정받고 싶은 검사 서동재의 화끈한 생존기를 그린다. '비밀의 숲'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기대감을 높인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서동재와 잊고 싶은 과오를 들춰내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과의 물러섬 없는 진흙탕 싸움은 시청자에게 짜릿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박건호 감독은 "국내에서는 이런 스핀오프가 많지 않다. '비밀의 숲'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가 가진 힘으로 나아갔다면 '좋거나 나쁜 동재'는 인간적인 매력이 탄탄한 작품이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동재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 거다. 열등감, 자격지심,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 등을 가진 인간적인 서동재를 봐주시면 좋을 거 같다. 이러한 동재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모습의 스핀오프가 되지 않을까. '비밀의 숲'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서동재 검사가 비리 검사로 남을 것인지, 정의롭게 갈 것인지 끝까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준혁 배우가 동재 자체였기 때문에 작품도 동재스럽다는 걸 느끼실 거다. 남완성과의 대치점도 눈여겨 봐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비밀의 숲' 때부터 팬들 사이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박건호 감독은 "시즌1에서는 '느그 동재'로 불리면서 얄미움을 안겼고 시즌2는 '우리 동재'로 불리면서 우쭈쭈 받았다"며 "동재는 시즌2 끝날 때까지 옳은 길로 가는지 결정되지 않고 경계선에 머물러 있었다. '좋거나 나쁜'은 캐릭터의 옳고 그림이 아니라 상황적인 이야기다. 시청자들이 좋았던 동재, 나빴던 동재의 모습을 모두 보고 싶어하실 것 같았다. 이 이름으로 잘했구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가 눈길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조연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스핀오프가 4년 만에 등장했다는 것. '비밀의 숲'에 참여한 황하정, 김상원 작가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서동재가 조연으로 그치기엔 아쉽다는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화두에 오르곤 했다"며 "스핀오프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니즈가 중요한데 주연도 아닌 서동재를 소재로 여러 2차 창작물이 나왔다. 이렇게 사랑받고 회자되는 캐릭터를 놓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준혁은 "스핀오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담이 컸다. 다 보여준 것 같은데 또 보여줄 게 있을까 생각했다. 저는 '느그 동재'이든 '우리 동재'이든 의도한 적 없다. 팬들의 리액션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처음에 동재 기사가 났을 때 호의적인 반응이 많아서 그러면 한 번 더 나와도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비밀의 숲'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면 '좋거나 나쁜 동재'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느낌이다. 동재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거니까 편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르 자체가 바뀌는 거니까 새롭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다 보여주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동재스러움'에 대해서는 "그거야 말로 리액션이다. '느그 동재', '우리 동재'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 애칭이 생기면서 동재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 입체감이 생겼다. 동재가 생각한 이상의 시청자 리액션을 흡수한 게 아닌가 싶다. 시청자와 같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느그 동재' 애칭은 "캐릭터가 확장되는 느낌이다. 동재는 입체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까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서 그 자체가 즐겁다. 더 많은 애칭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즌1를 준비할 때만 해도 이준혁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모델로 세워 서동재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2, 스핀오프를 이어오며 자신과 닮아가는 서동재를 발견했다고.
그는 "동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건 아니다. 시즌1은 애정보다 동재의 취향이 반영돼 있다. 반성하고 눈물 흘리는 악역이 아닌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클리셰의 전복"이라며 "기억나는 대사 중에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오늘'이라는 대사가 있다. 이것이 제 배우 인생과 닮아있고 짠하게 와닿더라. 시간을 거치면서 캐릭터도 성장하고 저도 성장했다. 정말 싫었던 사람을 표현했는데 저에게 와닿는 부분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죽어라' 이런 생각은 안 들더라.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를 통해 '비밀의 숲' 세계관에 입성한 박성웅은 "제가 제일 늦게 제의를 받았다. 급하게 준비를 했다. 시간이 짧아서 준비할 게 많았다. 이준혁 배우가 디저트라고 했는데 저는 브런치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도 아니고 점시도 아닌 중간"이라며 "이준혁 배우와 촬영 2회차에 만났다. 대사도 많고 중요한 신이라 준비하고갔는데 '형님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는 어떤 식으로 나올 수 있겠다'고 말해서 연기적인 대화도 많이 했다. 이준혁 배우는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더불어 "저희 둘은 중간중간 갑을관계가 바뀐다. 그동안의 누아르 작품을 하며 갑에서 바뀐 적이 없다. 주눅든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제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대본에 '해피송을 부른다' 이게 다였다. 준비해서 갔는데 남완성의 똘끼가 서동재에게 잘 먹힌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애드리브가 있었다. 박건욱 감독이 컷한 다음에 너무 재미있다고 힘을 실어주더라. 남완성은 이렇게 가면 되겠구나 싶었다. 저의 연기 모토가 '시청자, 관객 분들 감동시키는 건 당연한 거고 모니터에 앉아있는 우리 편을 감동시키자'다. 대본을 알고 어떻게 연기할지 아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새로운 걸 보여주면 깜짝 놀라더라. 그게 너무 좋다고 해서 적용된 경우가 있다. 박건호 감독이 긍정적으로 받아줘서 저도 현장에서 더 힘을 냈다. 90% 정도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에피소드를 전달했다.
'느그 동재'처럼 얻고 싶은 수식어로는 "남완성을 영어로 하면 완성남이다.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했으며 남완성의 스핀오프가 있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제목을 생각해뒀다. '나쁘거나 더 나쁜 남완성'(웃음). 동재 캐릭터는 입체적인데 남완성은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하다. 비굴함은 있지만 동재가 다 보여주듯 비굴하다면 저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이수연 작가님이 더 비굴해지라면 비굴해지겠다. 나쁘거나 더 나쁜 완성남. 만약 시즌2를 하게 되면 동재와 손을 잡지 않을까. 물론 나빴을 때만 손을 잡겠다"고 재치 넘치는 답변을 내놓았다.
박건호 감독은 "사건도 여러가지 나오지만 남완성과 동재가 어떻게 끝까지 가는지가 시청포인트다. 성웅 선배님의 비굴한 모습이 왜 나올 수밖에 없는지, 그 표현 방식이 재미있다. 10부까지 얽히고설킨 게 있다. '비밀의 숲' 이야기도 있지만 인간적인 매력의 동재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실 수 있을 거다. 에피소드가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조승우, 배두나 등 '비밀의 숲' 배우들의 특별 출연에 대해서는 "'비밀의 숲'에 나왔던 분들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온다. 그 부분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른 건 제 입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다. 오픈되면 확인해달라"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오는 10일 티빙에서 독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