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황희찬 엄지성 부상, 배준호가 보여준 '화수분 축구'

2024-10-11     신희재 기자

[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 황희찬(28·울버햄턴 원더러스), 엄지성(22·스완지 시티)이 차례대로 쓰러졌다. 그래도 배준호(21·스토크 시티)가 있었다. 한국 축구에서 왼쪽 윙어 포지션은 그야말로 화수분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에서 요르단을 2-0으로 제압했다. 전반 38분 이재성, 후반 23분 오현규의 득점으로 완승했다.

경기 전 대표팀의 최대 변수는 주장 손흥민의 결장이었다. 지난달 27일 소속팀 경기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한 손흥민은 당초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결국 소집 제외됐다. A매치 통산 49골(129경기)을 뽑은 한국 축구의 아이콘 손흥민의 부재는 갈 길 바쁜 홍명보호 입장에서 뼈아픈 소식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대체자로 황희찬을 낙점했다. 지난달 오만과의 2차전에서 시원한 중거리포로 홍명보호 2기 출범 후 첫 골을 터뜨렸던 황희찬은 올 시즌 소속팀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스타팅으로 나섰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경기 초반 두 차례 거친 태클을 당해 쓰러져 더 이상 경기에 뛸 수 없게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손흥민과 황희찬의 줄부상으로 플랜 A, B가 모두 무너졌다.

대신해 기회를 얻은 건 엄지성이었다. 광주FC를 거쳐 지난여름 스완지에 합류한 엄지성은 최근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며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손흥민·황희찬보다 한 단계 낮은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9월까지 A매치 통산 2경기(1골) 출전에 그쳐 우려도 뒤따랐다.

다행히 엄지성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 중 투입되고도 동료 선수들과 부드럽게 연계 플레이를 선보였다. 전반 36분 선제골 과정에서는 기점 역할까지 맡으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한 차례 슈팅을 시도하고, 11번의 패스를 시도해 성공률 100%를 기록하는 등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엄지성의 선전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대표팀은 후반 들어 또다시 부상 악령에 울었다. 이번엔 엄지성이 요르단 수비 태클에 당해 교체됐다. 전반 23분 투입된 엄지성은 후반 6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옵션이 있었다. 또 다른 잉글랜드 2부리거 배준호가 '플랜 D'였다. 

배준호 기용은 전화위복이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대표팀은 후반 들어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엄지성처럼 직전까지 A매치 통산 2경기 출전에 그쳤던 배준호는 4개월 여만에 다시 잡은 A매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23분 오현규의 쐐기골을 돕고 슈팅 2회(유효슈팅 1회), 기회 창출 2회, 패스 성공률 100%(29회 시도 29회 성공)로 눈부셨다. 

2002년생 엄지성과 2003년생 배준호의 가세로 대표팀은 그동안 집중 견제에 시달린 2001년생 ‘에이스’ 이강인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강인은 경기 후 “요르단전은 항상 공을 잡으면 수비수 2, 3명이 붙어서 다른 선수들이 비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며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간결하게 하는 플레이가 좋을 것 같다고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표팀을 보면 연령대가 어려지고, 좋은 젊은 선수가 많이 나오면서 강해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어린 선수가 발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좋은 결과를 내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정말 컸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빨리 나와줘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도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며 엄지성과 배준호의 활약을 반겼다.

이번 요르단전은 대표팀의 2선 자원이 역대 최고라는 점을 증명한 한판이다. 손흥민, 황희찬, 엄지성, 배준호까지 축구 종주국을 누비는 4인방이 ‘화수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할 수 있다. 그 결과 대표팀은 지난 2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했던 아픔을 8개월 만에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일단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대표팀은 오는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이라크를 불러들여 4차전을 치른다. B조에서 나란히 2승 1무(승점 7)인 한국(+4)과 이라크(+2)는 득실에서 한국이 앞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총 10경기로 진행되는 3차 예선에서 조 6팀 중 1~2위만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대표팀은 이라크를 잡아야 1위를 굳히고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변수는 황희찬과 엄지성의 부상 정도다. 이미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이탈이 발생하면 다가오는 이라크전 대표팀의 2선 활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의 주전 이강인, 이재성과 요르단전 교체 투입된 배준호가 부상 자원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동경도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