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매진, 대구에 부는 농구 바람 [SQ현장]
[대구=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대구 팬들이 지난 시즌보다 많이 온다. 지난 시즌엔 (매진이) ‘농구영신(12월 31일 농구 코트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경기)'밖에 없는 걸로 안다. 선수들이 힘을 많이 얻고 있다. 동기부여가 되는지 4쿼터에는 안 나오던 게 나온다.”
강혁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감독은 10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1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대구 농구 코트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2021년 6월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인수해 재창단한 한국가스공사는 4번째 시즌에 접어들었다. 대구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야구단 삼성 라이온즈(1982년), 축구단 대구FC(2002년)보다 역사가 훨씬 짧다. 그러나 최근 한국가스공사의 인기는 평균관중 1만명을 웃도는 두 팀 못지않다.
흥행 비결엔 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올 시즌 개막전 패배 후 지는 법을 잊었다. 비록 이날(10일) 현대모비스를 만나 접전 끝에 64-67로 패했지만, 그전까지 팀 창단 후 최다인 7연승을 질주했다. 1라운드를 7승 2패 리그 1위로 마치며 지난 3시즌(6위~9위~7위)과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과정도 흥미롭다. '언더도그(약팀)'의 반란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9일 발표된 남자농구 국가대표 12인 명단에 소속팀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타 구단에 비해 확실한 토종 옵션이 없는 셈이다.
대신 끈끈한 조직력으로 약점을 최소화했다. 지난 시즌 대행으로 출발해 정식 감독까지 승격된 강혁 감독이 팀을 탈바꿈시켰다. 강한 압박 수비와 3점슛을 내세워 프로농구판을 흔들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으로 공수 균형이 조화를 이룬다.
호성적에 발맞춰 한국가스공사 프런트도 다양한 종류의 행사로 장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현대모비스전을 ‘페가수스 페페로 데이’로 명명, 선착순 1000명에게 ‘페페로’를 증정하는 등 풍성한 선물을 준비했다.
팬들은 뜨거운 응원 열기로 응답했다. 경기 전부터 대구체육관 앞 푸드트럭과 게이트, 포토존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경기 중 발표된 공식 관중수 3472명. 올 시즌 첫 매진으로 3층 최상단 좌석까지 관중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경기 후에는 선수단 퇴근길 이벤트로 팬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한국가스공사는 10일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14일 원주 DB 프로미를 홈으로 불러들여 지난 3일부터 이어진 홈 5연전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다.
대구 농구계는 지난 2011년 대구 오리온스가 경기도 고양시로 연고 이전한 뒤 10년간 불모지였다. 한국가스공사가 비어 있던 대구체육관의 새 주인이 됐지만 연고지에 완벽하게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4번째 시즌 만에 훌륭한 경기력과 활발한 홍보·마케팅으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