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등, '생존왕' 별명도 시민구단 유일 잔류 역사도 끝
[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망연자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랫동안 ‘잔류왕’, ‘생존왕’으로 불렸던 인천의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003년 창단해 2004년 프로축구 K리그에 참여했고 줄곧 최상위리그인 K리그1에 속했다. 2013년 승강제가 시행된 뒤 11시즌을 악착같이 버텼다. 시즌 중반 최하위에 머물러도 막바지에 들어서면 절묘하게 힘을 내 살아남았다. 그 결과 2014년부터 8년 연속 파이널B(7~12위)에서 잔류에 성공했다.
K리그1에 속했던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강등을 경험하지 않았던 인천이다. 힘든 시기가 길었던 인천 팬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었다. 기업구단에 비해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한계를 넘어선 결과라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재작년부터는 2년 연속 파이널A(6위 이내) 진출에 성공, 리그 중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듯했다. 그러나 3년 만에 다시 내려온 파이널B에서 결국 시련을 맛봤다.
인천은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최종 1경기를 남겨 두고 11위 대구FC(승점 40)에 승점 4 뒤진 최하위다. 12위에 해당하는 자동 강등이 확정됐다.
인천은 올 시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전력 보강을 제대로 못 했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앞두고 선수단 연봉을 과도하게 투자한 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인천은 지난해 연봉총액으로 118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K리그1 전체 5위, 시도민구단 중 1위 기록이다. 2021년 71억원, 2022년 88억원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같은 해 K리그1 소속 시도민구단 강원FC(96억원), 수원FC(93억원), 대구FC(84억원), 광주FC(59억원)와 격차가 컸다.
고액 연봉자가 늘어났으나 이들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수단 정리가 원활하지 않아 시즌 전 골키퍼 이범수, 수비수 요니치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다. 여름 이적시장에는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은 채 공격수 천성훈을 내보내 우려를 자아냈다.
경기 내외적으로도 다사다난했다. 인천은 지난 5월 FC서울전 직후 수십 명의 팬이 그라운드의 상대팀 선수들을 향해 물병을 투척한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홈 5경기 응원석 폐쇄와 제재금 2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8위였던 인천은 이후 10경기 1승에 그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7월 조성환 감독이 팀을 떠났다. 이후 한 달 가까이 변재섭 감독 대행 체제를 이어간 끝에 8월 1일 최영근 감독을 선임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최 감독 체제에서 12경기 3승 2무 7패에 그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인천의 K리그2 강등이 확정되면서 이제 승강제 이후 K리그1에서 강등을 피한 팀은 4팀밖에 남지 않았다. 울산 HD,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그리고 전북 현대까지 모두 기업구단이다. 시민구단은 한 번 이상 강등을 경험했거나 아직 K리그1을 경험하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등 직후 최영근 인천 감독은 "마지막 홈 경기에 많은 팬이 찾아주셨다. 좋은 결과를 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스럽다"면서 "소방수로 와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내지 못해 정말 책임감을 느낀다"고 자책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2024 K리그1 잔류 실패로 시민과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 구단주로서 책임을 느끼며 송구스럽다"며 "구단주로서 구단 현실을 철저히 진단하고 분석하겠다. 혁신적 변화와 쇄신을 통해 새로운 구단으로 거듭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