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6선 도전-임시현 체육상, 한국 양궁 '겹경사'
[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2024년 한국 양궁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5개 전 종목을 석권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혼성 종목 도입 후 두 대회 만에 이룬 성과다. 2024 현대 양궁 월드컵에서는 1~3차 대회와 파이널에서 도합 금메달 9개, 은메달 8개, 동메달 3개로 총 20개의 메달을 쓸어 담으며 최강국의 면모를 보여줬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정상을 지키고 있는 한국 양궁은 최고 수준의 지원과 공정한 선발 과정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정의선(54) 대한양궁협회장의 지속적인 도움과 여자 양궁 간판스타로 떠오른 임시현(21)의 성과가 나란히 주목받았다. 2024년 한국 양궁을 빛낸 둘은 지난 12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나란히 희소식을 접하며 장밋빛 미래를 알렸다.
정의선 회장은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협회장 연임 자격 승인을 얻었다. 체육회 정관상 회장 등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연임부터는 공정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2005년 5월 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6선에 도전한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당선이 유력하다.
정의선 회장은 최첨단 훈련 장비 제공, 파격적인 재정 지원 등 한국 양궁의 선전을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표팀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아 공정한 경쟁을 끌어냈다. 과거 성적을 배제하고 현재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표팀 선발전이 예시로 꼽힌다.
선수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파리 올림픽 3관왕의 주역인 김우진은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묻는 외신의 질문에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 주는 정의선 회장"이라 답했다. 역시 3관왕을 거머쥔 임시현 또한 "(양궁협회가) 많은 지원을 해 주셔서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정의선 회장은 6연임에 성공하면 2029년까지 양궁협회를 이끌 수 있게 된다. 장기 집권임에도 양궁 발전에 기여한 바가 뚜렷해 대중적으로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시달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과 대조를 이룬다.
한편, 같은 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62회 대한민국체육상 전수식에서는 임시현이 낭보를 전했다. 대상에 해당하는 경기상을 수상, 한국 양궁의 위상을 드높인 공적을 인정받았다. 양궁에서 경기상 수상자가 나온 건 2017년 최미선 이후 7년 만이다.
임시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에서 연달아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지난달 전국체전에서도 MVP를 거머쥐었다. 올해 2월 대한체육회 선정 체육대상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경기상까지 받으며 현시점 한국 최고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시현은 이날 전수식을 마친 뒤 "많은 분 사이에서 이 상을 받게 돼 뜻깊고 매우 영광스럽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잘 보낸 것 같다. 내 목표는 한 번만 잘하고 끝나는 선수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시현은 2일 충북 청주 김수녕양궁장에서 끝난 2025년도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11위로 통과했다. 그는 3차 선발전과 평가전을 거쳐 단 3명에게 주어지는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출전권 확보에 도전한다.
임시현은 '양궁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내 경쟁을 뚫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는 말에 "그게 나에게도 득이 된다. 경쟁이 심해서 잘 따라가다 보면 결과도 따라온다"고 답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태극마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공정한 시스템을 갖췄다. 양궁협회가 국내 스포츠단체 중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평가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