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송재림, 누가 고통줬나... 악질 사생 심각성 조명

2024-11-15     나혜인 기자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고(故) 송재림이 39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가운데 그가 장기간 악성 사생팬에게 시달린 사실이 밝혀졌다. 사랑으로 포장된 스토킹 행위는 배우, 가수 등 유명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구미 스토킹 살해범 서동하 등 여성 일반인을 상대로 한 스토킹 살인이 일주일 만에 4건이 보도되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인으로 알려진 고 송재림의 사생은 지난 12일 고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고인과 지인의 일상 및 사진을 지속적으로 게재하며 일방적인 비난을 일삼았다. 그는 고인과 지인들의 관계를 의심하며 "당신의 연기력으로 그 야비한 본성을 숨길 수 있냐" 등의 저격글을 작성했다. 고인 및 지인의 개인 정보도 게재됐으며, 지인들까지 직접적으로 괴롭힌 정황이 드러났다. 사생과 송재림의 사망 연관성은 확인할 수 없으나 피해 사실은 명확했다. 해당 계정은 현재 삭제됐다.

송재림.

팬덤 내 인증 과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수들도 막심한 사생 피해를 보고 있다. 아이돌의 비공개 스케줄, 일상 등을 인증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 최근에는 교묘한 앵글로 사진을 찍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사귀는 것처럼 행동, SNS 운영하는 팬들이 유행처럼 번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JYJ 김재중은 지난 13일 사생의 '자작 열애설'에 분노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팬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김재중이 입었던 옷, 악세사리 등으로 꾸며 마치 김재중과 열애 중인 것처럼 행동했다. 김재중의 자택에 있는 인테리어까지 합성하기도.

이에 김재중은 "자세히 보니까 조명, 입국시기, 좋아하는 음식, 손가락 타투 이런 거 너무 완벽하게 설정한 거 같긴 한데 한 가지 그 커플 사기단은 오점을 남겼다. 난 예쁜 카페를 안 좋아한다. 카페가 아니라 국밥에 밥 말고 있었으면 진짜 나도 의심할 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자 얼굴도 합성하지 왜 머리숱 별로 없는 남친 사진을 그대로 쓴 거냐"며 "하려면 더 정을 다 해라. 내 취향도 더 잘 알고 해라. 그래야 고소를 더 세게 하지. 이름 주민번호 다 알아냈고 얼굴 사진도 이미 다 받아놨다. 기억났다 누군지"라고 경고했다.

김재중.

배우로 활동 중인 2PM 멤버 이준호도 새벽에 초인종을 누르고 가는 사생들에게 피해를 입었다. 한 사생은 2PM 곡 '우리집'을 언급하며 "오빠 저예요. 다른 나라에서 왔는데 집으로 오라면서요"라고 말했다고. 엑소 백현과 NCT 해찬은 주거 침입 고통을 전했다. 

이들이 사생 피해에 대응하는 방법은 사생의 인적사항을 특정해 고소하는 방법 뿐이다. 과거 소속사는 처벌 수위가 낮은 점, 인적사항을 특정하기 힘든 점, 팬덤 내 분위기 등을 이유로 고소를 망설여 왔다. 그러나 피해 범위가 커지고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서 칼을 빼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M은 최근 택배기사를 사칭해 엑소 멤버 1인, NCT 멤버 3인의 개인정보를 탈취한 사생을 고소했다. 피고인 2인은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으로 이러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게 됐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주장했으나 각 3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받았다.

NCT

당시 SM은 "현재까지도 아티스트의 전화번호 또는 집 주소를 무단으로 알아내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는 등의 행위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아티스트는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를 감내해 왔으나, 그 수준이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아티스트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아티스트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정신적 피해를 끼치는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하이브 또한 지난 6월 소속 아티스트 항공권 정보를 불법취득, 거래한 혐의를 받는 SNS 계정 운영자들을 고소했다. 아티스트 개인정보를 이용한 항공권 정보의 불법거래를 막고 스토킹 행위를 사전차단하기 위한 결단이다. 하이브는 일부 SNS 계정의 아티스트 항공권 정보거래 정황을 토대로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 경찰 측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들은 아티스트 항공권 정보를 매매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는 "위법하게 취득한 항공권 정보를 판매 또는 구매하는 행위는 아티스트의 신변을 위협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자 공항 및 항공기 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아티스트 개인정보를 상품화하고 거래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끝까지 책임을 묻고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