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정년이’, 최고 18.8%... 예술 경지 오른 여성 서사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정년이'가 여성서사의 새 지평을 열고 찬란한 커튼콜과 함께 막을 내렸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7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연출 정지인, 극본 최효비) 최종회 시청률은 마의 15% 벽을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년이'는 수도권 평균 17.1%, 최고 18.8%, 전국 평균 16.5%, 최고 18.2%, 2049 수도권 최고 5.3%, 2049 전국 최고 5.9%를 돌파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타이틀을 수성했다.
2024년 하반기를 강타한 최고의 웰메이드 드라마 '정년이'는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작품 안팎으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에 태생부터 도전의 연속이던 최초의 여성국극 드라마 '정년이'가 남긴 센세이셔널한 발자취들을 돌아봤다.
◆ 여성국극의 태평성대, 글로벌 인기 견인
'정년이'는 '기록 제조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일 각종 흥행 지표들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첫 회 대비 약 3배 상승한 시청률 이외에 각종 흥행 지표들 역시 압도적이었다. OTT 콘텐츠 통합 검색 플랫폼 키노라이츠 기준 통합 콘텐츠 랭킹 1위,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TV-OTT 통합 화제성 순위 1위, 국내 전체 드라마 유튜브 조회수 1위를 비롯해, 한국 갤럽이 공개한 '10월 한국인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1위, 한국기업평판 연구소에서 공개한 '11월 드라마 브랜드평판 순위' 1위 등 가장 빛나는 자리에 항상 '정년이'가 자리했다.
'여성국극' 장르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드라마 영상 외에 국극 관련 콘텐츠들의 '끌올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원로 여성국극 배우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어지고, 실제 공연 예술계에도 훈풍을 불러왔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내에서 '국극' 언급량이 9월 600여 건에서 10월 3000여 건으로 한 달 사이 5배 급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디즈니+ 글로벌 TV쇼 부문 톱6에 오르는가 하면,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 일본에서는 4위에 등극하며 인기를 얻었다.
또한 해외 유력 언론에서도 '정년이' 열풍에 주목하며 '국극'을 집중 조명하기도. 일본 매체 오리콘뉴스는 '정년이' 시청을 추천하는 기사를 게재하며 "이 가을에 반드시 봐야 할 작품", "특히 국극 공연 장면은 배우들 전원의 기백이 너무 대단해 잊혀지지 않는다"고 호평했고 미국 매체 포브스는 "K-드라마 '정년이'의 진짜 스타는 바로 판소리"라는 기사를 통해 국극을 소개했다. 이처럼 '정년이'는 우리나라의 빛나는 예술문화인 '국극'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공헌했다.
◆ 러닝타임의 1/2, 극중극이 선사한 안방극장 별천지
'정년이'가 여성국극의 태평성대를 다시 불러올 수 있었던 비결은 극중극을 단순히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소비하지 않고, 국극에 헌정한 진정성에 있다. '정년이'는 60분 가량의 한 회차 러닝타임 중 짧게는 15분, 최종화는 무려 30분을 온전히 할애하며 '국극에 진심'을 보여줬다.
"별천지였재"라는 정년이의 대사가 단숨에 이해되는 극중극의 완성도 역시 백미였다. '정년이'의 극중극은 '춘향전', '자명고',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까지 총 네 편. 극중극의 종류에 따라 하나의 무대를 완성시키기까지 길게는 1년 이상, 짧게는 3개월을 투자한 '정년이' 측은 드라마 연출인 정지인 감독과, 공연 연출의 협업을 통해 단순히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 아니라 국극 자체로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탄생시켰다. 더불어 각 작품별 무대 소품, 안무, 소리와 캐릭터 플레이를 비교해 보는 것 또한 '정년이'를 즐기는 주요 재미였다.
◆ 김태리→정은채, 경지를 뛰어넘은 예인들의 호연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를 비롯해 특별출연한 문소리에 이르기까지, '정년이'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듯한 열연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김태리는 원작의 뮤즈 답게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윤정년 그 자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고, 신예은은 김태리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벗으로서 양대산맥을 형성했다. 또한 라미란은 매란의 단장다운 강직함과 무게감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이와 함께 정은채는 국극계의 황태자로서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내 '정은채의 재발견'이라는 호응을 얻었고, 김윤혜 역시 히로인으로서의 매혹적인 존재감과 점점 몰락의 길로 향하는 뒤틀린 내면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극에 텐션을 불어넣었다. 뿐만 아니라 문소리는 '한스러운 예인의 길'을 묘사하는 상징으로서 극에 깊이를 더하는 연기력을 뽐냈다.
뿐만 아니라 우다비, 이세영, 현승희, 정라엘, 조아영, 류승수, 장혜진, 오경화, 민경아 등 탄탄한 연기 내공과 신선한 매력을 갖춘 배우들이 고루 주목을 받으며 '정년이'의 세계관을 탄탄하게 완성했다.
그런가 하면 극악무도한 악역도, 무결점의 먼치킨 캐릭터도 없이, 흥미진진한 서사적 재미를 이끌어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정년이'는 주인공 윤정년이가 당대 최고의 여성국극단인 매란에 입단해, 최고의 국극배우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경쟁하고 연대하며 찬란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통상적인 드라마 속에서 먼치킨으로 그려내기 쉬운 소리천재 '윤정년'을 '정년이'에서는 철저한 성장캐로 그려내, 실패와 시련을 '예인의 한'이라는 자양분으로 만들어 무대 위에서 찬란한 꽃을 피우도록 만들었다. 더불어 정년이의 라이벌 캐릭터인 영서 역시 단순한 경쟁과 갈등만 부각한 것이 아니라 예술인으로서의 연대, 성장 등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정년이를 향한 열등감을 성장의 발판으로 승화시키는 성숙한 인물로 묘사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더불어 '정년이'는 1950년대 당시 여성들의 '꿈'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채롭고 깊이 있게 조명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정년이와 영서, 평생을 건 꿈이 무너진 절망의 순간에서 제자들을 통해 또 다른 꿈을 찾게 된 소복, 희미해진 꿈으로 인해 피폐해진 옥경, 꿈을 향한 집착으로 인해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린 혜랑,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놓아버린 주란, 나아가 현실에 치여 꿈을 꿔본 적도 없는 정자까지.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그 시절 여성들의 꿈은 때로는 공감과 안타까움을, 때로는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한편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 17일 12화를 끝으로 종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