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많았다지만... 아시아 2위 위태로운 한국 야구 [프리미어12]
[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2024년 2월, 한국 야구 국가대표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류중일(61) 감독의 최우선 과제는 ‘세대교체’였다.
대표팀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2026년 3월로 예정된 다음 대회에서는 세대교체를 통한 반등이 절실했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지휘봉을 잡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으로 성과를 낸 류 감독이 적임자로 꼽힌 이유다.
류중일 감독 선임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표팀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며 “이를 토대로 향후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6 WBC에서 주축이 될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류중일 감독 또한 “지난해 KBO의 대표팀 강화 방안에 따른 세대교체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대표팀의 체계적인 운영을 통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성적표는 실패다. 17일 경기가 없었던 류중일호(2승 2패)는 B조 1위 일본(4승), 2위 대만(3승 1패)이 나란히 승리하면서 탈락이 확정됐다. 동률 순위 결정 방식인 ‘승자승’에서 대만에 밀려 2위 탈환 가능성이 사라졌다. 2015년 초대 대회 우승, 2019년 준우승을 차지했던 대표팀은 3회 대회에서 목표였던 슈퍼라운드(4강)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3월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을 통해 담금질에 들어간 류중일호는 장기간 심혈을 기울여 프리미어12를 준비했다. 9월 발표한 '팀 코리아' 예비 명단 60명에서 류현진(한화 이글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제외하는 등 세대교체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훈련 소집 35명도 박동원(LG 트윈스)을 제외하면 20대 위주 발탁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취지는 좋았으나 부상 변수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포스트시즌 기간을 전후로 손주영(LG), 이강준(국군체육부대), 원태인, 구자욱, 김지찬, 김영웅(이상 삼성 라이온즈) 등 부상자가 속출해 완전체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마운드는 선발 자원인 좌완 손주영, 우완 원태인의 이탈이 치명적이었다. 이미 시즌 중 문동주(한화), 이의리(KIA)가 제외된 상황에서 손주영, 원태인의 부재까지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류중일 감독은 고영표(KT 위즈)~곽빈~최승용(이상 두산 베어스)~임찬규(LG)로 4선발을 꾸렸으나 5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넷은 4경기 도합 10⅔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타선은 구자욱의 공백이 컸다. 앞서 노시환(한화)이 부상과 부진, 강백호(KT)와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기초 군사훈련으로 빠진 데다 구자욱마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1번 홍창기와 3번 김도영을 제외하면 타순이 고정된 사례가 없었다. 결국 대만전 3안타, 일본전 17삼진 등 가장 이목이 쏠린 2경기에서 각 3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불펜과 유격수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점이 위안이다. 불펜은 김서현(한화)이 3이닝 무실점, 박영현(KT)이 2⅔이닝 무실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격수는 박성한(SSG 랜더스)이 11타수 5안타로 맹타를 휘둘러 국제대회 경쟁력을 확인했다.
류중일호는 18일 오후 1시 플레이볼하는 호주전을 끝으로 프리미어12 일정을 마무리한다. 대만전 2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던 사이드암 고영표가 선발로 출격해 만회에 나선다. 대표팀은 호주전 승리로 B조 3위를 확정 짓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
대표팀은 장기적으로 2026 WBC,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던 야구를 미국에선 다시 볼 수 있다. 프리미어12에선 부상자가 많으면 아시아 2위도 위태롭다는 한국 야구의 레벨을 확인했다. 최근 상대 전적이 대만전 2승 4패, 일본전 9연패다. 다음 이벤트에선 이들과 대등하게 맞설 전력을 갖춰야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