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수 장진혁 KT 이적, 한화 외야 전망은 [프로야구]
[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OPS(출루율+장타율) 0.680을 4년 총액 50억원에 영입하고, OPS 0.747을 보호 선수 25인에서 제외했다.
전자는 유격수 심우준(29), 후자는 중견수 장진혁(31)이다. 심우준을 데려오고 장진혁을 풀어준 구단은 한화 이글스. 이번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128억원을 투입한 큰손이다.
스토브리그 개장과 동시에 화끈한 투자로 주목받았던 한화가 이번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보호선수 명단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도윤, 황영묵 등 대안이 있는 내야 사령관을 보강한 뒤 간신히 자리 잡은 외야 센터라인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KT(케이티) 위즈는 18일 "4년 총액 78억원에 한화로 이적한 선발투수 엄상백의 보상 선수로 장진혁을 지명했다"고 알렸다. 앞서 심우준의 보상 선수로 우완 불펜 한승주를 택한 KT는 심우준, 엄상백 대신 한화의 한승주, 장진혁을 영입한 셈이 됐다.
KT는 "야수진 전력 강화를 위한 영입이다. 장진혁은 KBO리그 평균 이상의 장타력과 수비, 주루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즉시전력감인 장진혁이 기존 외야수들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 기대했다.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장진혁은 데뷔 9년차에 접어든 올해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99경기 타율 0.263 9홈런 44타점 OPS 0.747. 특히 8월 23경기 타율 0.354 5홈런 19타점으로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뗐다. 후반기 OPS 0.771로 외국인 요나단 페라자(0.701)보다 타격감이 뜨거웠다.
고정된 라인업을 선호하는 김경문 한화 감독은 중견수를 장진혁(562⅓이닝), 우익수를 김태연(526이닝)에게 주로 맡기며 외야라인 구상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장진혁은 12일 발표된 신규 유니폼 모델로 나서는 등 다음 시즌도 한화와 함께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면서 한화는 이제 외야진 새 판 짜기에 들어가야 한다.
한화가 장진혁을 풀었던 배경으로는 30대 초반에 접어든 적지 않은 나이, 심우준 이적으로 내야라인 보강이 시급했던 KT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한화 또한 외야 뎁스가 두텁지 않은 상황이었다. 25인 명단에 주전급 중견수를 제외한 건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중견수로 장진혁, 이원석(219이닝), 김강민(153⅓이닝), 이진영(131이닝), 임종찬(105이닝)을 기용했다. 이 중 장진혁이 이적, 김강민이 은퇴로 팀을 떠났다. 남은 셋 중 타율이 가장 높은 대안이 이원석(0.233)일 만큼 상황이 암울해졌다.
장진혁의 이탈은 김경문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뛰는 야구 측면에서도 손해가 크다. 한화는 앞서 한 번도 타율 3할을 마크한 적 없던 심우준(53경기 7도루)을 영입한 뒤 "현장에서 원하는 빠른 발과 작전수행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팀 내 도루 1위인 장진혁(99경기 14개)을 놓치면서 주력 보강은 도돌이표가 됐다.
한화는 FA B등급인 심우준(2억9000만원)과 엄상백(2억5000만원)을 데려오면서 보상 선수 둘과 함께 연봉 100%를 KT에 지급, 도합 133억4000만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8년 이후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해 '윈나우' 의지가 확고하다. 신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를 홈으로 쓰는 첫해인 만큼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중견수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미 외부 FA 영입을 마친 한화는 외국인 타자 영입이나 트레이드, 최악의 경우 자체 육성을 통해 다음 시즌 새 중견수를 찾아야 한다. 일본 미야자키로 마무리 훈련을 떠난 김경문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