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 첫 여성 주인공, 어떻게 탄생했나 [2024 디즈니 쇼케이스]
[싱가포르=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윤종빈 감독이 연출 경력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감독 윤종빈)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 분)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 분)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수리남',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지금껏 보여준 작품과는 다른 색다른 미스터리물을 연출해 호기심을 불러모은다.
무엇보다 '수리남' 공개 당시 드라마 제작의 고충을 토로하며 "OTT 작품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윤종빈 감독이다. 그는 21일 싱가포르 샌즈 엑스포&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수리남'을 했을 때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드라마는) 안 하려고 했다. 다음 작품은 영화를 하려고 고민하던 중에 카카오엔터를 통해 '나인 퍼즐' 대본을 제안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본을 읽기 전에는 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모니터 차원에서 봤는데 굉장히 몰입도가 높았고 대본을 읽는 내내 스토리가 예측이 안 됐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인데 제 나름대로 해본 범인 추리가 계속 틀리더라.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극중 두 주인공도 독특했다. 기존의 스릴러, 형사물, 추리물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인물이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윤종빈 감독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데 있다. 윤종빈 감독은 그동안 남성 사회가 두드러지는 세계를 선보여 왔다. 그는 "제가 각본을 쓰지 않은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작품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거절한다면 두 번 다시 수사물을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제가 수사물을 쓸 일도 없을 거고, '나인 퍼즐'은 여자주인공이 메인인 작품인데 제가 쓴다면 여자주인공을 내세울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연출 주안점에 대해서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집필한 게 아니라 대본의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이 대본이 리얼한 세계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 고민했다. 그동안 '공조'를 제외하고는 리얼리즘에 기반한 작품을 해왔다. 그런데 '나인 퍼즐'은 현실 베이스가 아녔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 비현실도 아녔다. 현실과 만화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연출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의 의상, 미술이 색다르고 독특하게 구현됐다"며 "또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했다. 매 회마다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넣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김다미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범죄분석팀 소속으로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심리와 동기를 가장 빨리 파악해내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프로파일러 이나를 연기한다. 10년 전 삼촌이 살해당한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용의자였던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간다.
김다미는 이나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이나만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나만의 수사방식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말과 함께 "이나가 가진 여린 면들을 어떤 포인트, 어떤 장면에서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나도 내면에 많은 것들이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감독님과 상의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사건을 추리하는 것에 진심이지만, 캐릭터 부분에 있어서는 동작, 말투 등을 만화적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나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은 손석구가 맡았다. 손석구가 연기하는 한샘은 집요함과 날카로움을 가진 엘리트 경찰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차원적인 행동으로 혼란을 안겨주는 변칙적인 인물이다.
손석구는 "현실에서 약간 떠 있는 세상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었다. 한샘도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만화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의상도 캐릭터화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캐릭터성이 세지면 이미지가 굳어져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확실한 이미지는 가지되 다양한 면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일반적인 형사들에게서는 보지 못한 패션 센스를 탑재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나인 퍼즐'은 2025년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