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희망’ 어도어·‘신뢰 잃은’ 뉴진스, 선언과 현실

2024-11-29     나혜인 기자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뉴진스가 '탈 어도어'를 선언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떠난 뒤 하이브 인사로 채워진 어도어에 더 이상 남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6개월간 이어진 공방 속에 극심한 피해를 입으며 하이브·어도어를 신뢰할 수 없게 됐고, 어도어가 아티스트 보호 등의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29일부로 '위약금 없이' 어도어 문을 박차고 나가겠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어도어가 가지고 있는 '뉴진스'라는 브랜드명도 브랜드의 주체로서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진행할 시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기에 법적 다툼도 먼저 나서지 않는다. 그저 계약서에 적힌 "계약 사항 위반 시 해지"라는 문구에 따라 자유를 얻겠다는 의지다. 

전례없는 전속계약 해지 통보에 여러 시선이 엇갈리는 상황. 이어 29일 아침이 밝았다. 뉴진스는 '어도어가 만든' 팬소통 앱으로 팬들과 인사를 나눴고 '어도어가 잡은'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어도어 직원들과' 비행기를 탔다. 당찬 선언문을 읊었지만 어도어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 했다. 상호 신뢰를 잃고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는 현실만 남았다.

그룹

뉴진스는 지난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의 내용증명 미이행에 따른 전속계약 해지 입장을 밝혔다. 이날 뉴진스는 전속계약 해지에 이르게 된 책임이 모두 하이브·어도어에 있기 때문에 위약금을 낼 이유가 없으며, 앞으로 전속 효력이 없으니 활동에도 장애가 없다고 주장했다. 활동에 제약을 주는 가처분 등의 소송은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법적인 문제는 변호사 선임 후 추가 입장을 전하겠다는 설명을 더했다.

이에 어도어는 28일 밤 입장문을 내고 "전속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사는 아티스트들에게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만나서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도어가 대화를 거부했다는 뉴진스와 뉴진스가 만남을 거부했다는 어도어, 양측의 말이 엇갈리는 가운데 뉴진스는 29일 오전 어도어로부터 회신받은 내용증명 답변을 공개했다. 답변은 26장에 달했다.

어도어가

어도어는 "주식회사 어도어와 수신인들(아티스트)은 2022년 4월 21일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위 전속계약은 아티스트 데뷔일로부터 7년이 되는 날인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하게 존속하다"며 "예기치 않게 모회사(하이브)와 전 대표이사(민희진)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고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변화도 있었지만, 어도어와 그 임직원들은 변함없이 아티스트의 연예활동을 성실하게 지원해왔고 한단계 높은 도약을 꿈꾸면서 앞으로의 연예활동을 위한 계약 교섭 및 체결을 진행해왔다"는 설명과 함께 뉴진스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전했다.

특히 뉴진스와 뉴진스 부모가 인터뷰,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밝힌 입장들에 "정작 저희와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시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라며 "저희는 내년도 활동 계획 수립을 위해 필요한 아티스트와의 면담이 성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데, 기회를 얻지 못하고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것에 대해 매우 슬픈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뉴진스.

전속계약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어도어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특정한 방식이 아니었거나 주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상당수의 사안들은 어도어가 아닌 제삼자의 언행이 문제된 것들이다. 어도어로서는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그 권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고자 했지만 아티스트와 부모님께서 요구하신 조치들 중에는 특정인의 사과를 받아내거나 특정인과의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과 같이 제삼자로 하여금 아티스트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그대로 이행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들도 있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뉴진스가 요구한 내용증명 항목의 답변도 이어졌다. 그중 하이브 음악산업리포트 내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발언이 게재된 문제에 관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리포트는 하이브 구성원이 작성한 것이고, 어도어가 직접 하이브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감사 및 인사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또한 그 내용을 보더라도 어도어나 아티스트에 대한 불법, 위법행위라고 볼 만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는 전속계약상 어도어가 수행해야 하는 매니지먼트 의무의 범위를 넘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하면서 "아티스트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향후 원만한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이브에게 해당 리포트의 작성 과정 및 취지에 관한 구체적인 경위서의 작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이브 주장에 따르면 '뉴 버리고'의 의미는 르세라핌이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뉴진스와 매번 비교되는 카테고라이징을 버리고 별도의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리포트 작성자의 아이디어로,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버린다는 취지의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것. 하이브는 "어도어의 최대 주주인 하이브가 어도어의 유일한 아터스트를 버리라고 결정하고 지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르세라핌.

또한 해당 리포트가 작성된 2023년 5월 이후에도 하이브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음반 발매와 도쿄돔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러한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리포트의 문구가 하이브가 뉴진스를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민희진 전 대표 등 당시 어도어 경영진은 리포트를 직접 수신하고도 어떠한 의문이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장 큰 쟁점인 뉴진스 측의 '민희진 전 대표의 대표직 복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특정인의 대표이사직 유지는 어도어 이사회의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며 "전속계약은 아티스트와 어도어 사이에 아티스트의 연예활동을 위해 체결된 계약이다. 아티스트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어도어의 대표이사가 특정인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은 전속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전속계약 체결 당시 전제하지 않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민희진

무엇보다 뉴진스가 내용증명으로 전달한 음악 제작, 무대 구상, 연습 등의 음악 활동은 대부분이 '경영'이 아닌 '제작'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민희진 전 대표가 프로듀싱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만틈 이를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도어는 "저희로서는 아티스트의 의사를 존중해 '제작'과 관련한 프로듀서로 민희진 전 이사를 최대한 모시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어도어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며 "그렇지만 저희는 연예기획사로서 아티스트의 향후 연예활동을 위한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아티스트가 고유의 색깔을 지키고, 하고 싶은 음악과 무대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듀서들을 섭외 중에 있고 긍정적인 기조로 협의 중이다. 이러한 준비 현황에 관해서는 아터스트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나서 설명드리고 아티스트의 구체적인 희망과 원하는 방향성에 관한 피드백을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어도어는 "아티스트가 이번에 요구한 사항들 중 일부는 다소 추상적이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저희의 권한 및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사항들도 상당 수 있었다. 그럼에도 어도어와 어도어의 구성원들은 아티스트의 기획사로서 아티스트의 요구사항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며, 필요 시 그 진행 경과에 대해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아티스트와 원만히 소통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