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2연승' 흥국생명, 험난한 일정이 기다린다 [V리그]
[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12승 무패, 승점 34.
지는 법을 잊었다. 시즌의 ⅓이 지났는데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전승 행진 중이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최대 관심사는 흥국생명의 연승 기록이다. 흥국생명은 1,2라운드에서 개막 후 12연승으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2위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10승 3패·승점 30)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도 승점 4 앞선 선두다.
프로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V리그에서 여자부 단일 시즌 두 자릿수 연승 기록은 11차례 밖에 없다. 이중 올 시즌 흥국생명의 개막 12연승은 역대 공동 5위 기록이다. 2021~2022시즌 현대건설이 개막 12연승을 내달렸고, 2021~2022시즌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2015~2016시즌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12연승을 질주했다.
흥국생명은 3라운드 결과에 따라 연승 신기록 작성까지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역대 4위이자 구단 최고 기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흥국생명은 2007~2008시즌 13연승(2007년 12월 9일~2008년 1월 26일)으로 정규리그 3연속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프로 3년차였던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36)이 리그를 호령하고 있었다. 2022년 중국에서 국내로 돌아온 김연경은 올해 복귀 3년차를 맞이했다. 10일 안방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광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전을 이기면 16년 전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을 넘으면 빡빡한 일정이 흥국생명을 기다리고 있다. 13일 3위 화성 원정(IBK기업은행)을 치르고 17일 4위 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봄배구 경쟁을 노리는 두 팀은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각각 한 번씩 풀세트 접전을 펼칠 만큼 까다로웠다. 특히 5일 홈에선 IBK기업은행에 세트 스코어 0-2로 밀리다가 3-2로 대역전승했다. 8일 만에 다시 만난다.
중위권 두 팀을 모두 잡으면 흥국생명은 15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이 경우 서울 GS칼텍스 KIXX의 2009~2010시즌 14연승을 넘어 역대 최다 연승 기록과 동률을 이룬다. 현대건설이 2021~2022시즌 도중 15연승, 2022~2023시즌 개막 15연승을 내달린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의 올 시즌 정규리그 16번째 상대가 현대건설이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은 올 시즌도 흥국생명과 함께 우승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팀이다. 앞선 두 경기는 흥국생명이 3-1로 이겼다.
다만 이 경기는 2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라 흥국생명에 불리한 조건이다. 원정을 떠나는 데다가 휴식일(흥국생명 3일, 현대건설 5일)도 훨씬 부족하다. 흥국생명은 3라운드 내내 체력 문제를 겪어야 한다. 24일 한국도로공사 원정, 28일 GS칼텍스 홈경기까지 18일 새 6경기를 치른다. 5일 이상 휴식은 한 번도 없다.
김연경, 미들블로커 김수지 등 흥국생명 베테랑들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은 최근 "선수들이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일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이 모든 변수를 극복해야 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흥국생명의 연승 기록에 김연경은 "우리가 시즌 초반부터 이렇게 질주할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놀랐다"며 "단일 시즌 구단 최다 연승 기록(13연승)에 접근했지만, 기록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연승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지만, 매 경기를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연승은 언젠가 끊긴다. 중요한 건, 마지막에 웃는 것"이라며 "우리가 시즌 막판에도 잘하려면 몸 관리를 잘하면서 경기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