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곽도원 넘으니 ‘탄핵 반대’ 곽규택 의원, ‘소방관’의 불우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산 넘어 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년,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주연배우 곽도원에 의해 2년간 개봉을 미뤘건만, 4년 만에 겨우 스크린에 오른 날에는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100만 관객 돌파를 눈에 앞두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곽경택 감독의 동생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장애물이 됐다. '소방관'은 불우한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영화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4일 개봉해 입소문을 업고 박스오피스 1위를 장식, 91만9771명의 관객을 모으며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앞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사실 만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한 시기 어렵게 촬영에 들어가 한 차례 고비를 겪었고 팬데믹 이후 침체된 극장가 상황 탓에 2년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 영화업계 모두가 힘든 시기였으니 '소방관'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극장 상황이 잘 풀리길 기도하고 무사히 개봉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개봉을 준비하던 2022년, 메인롤인 배우 곽도원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됐다. 곽도원은 2022년 9월 25일 새벽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취소(0.08%) 수치의 두 배 가까이 되는 0.158%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제주시 한 술집에서 출발해 약 11km를 달렸고 1차선 도로 신호 대기 중 잠에 들어 인근 주민이 신고,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지법 형사8단독은 2023년 6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음주운전)로 송치된 곽도원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위법 또는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에 대해 방송 출연 규제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KBS는 곽도원에게 한시적 출연 정지 처분을 내렸다.
'소방관'에는 '개봉 무기한 연기'라는 무거운 조치가 취해졌다. 2023년, 2024년 다시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창고영화라는 비참한 수식어도 붙었다. 이어 지난 10월 마침내 개봉 소식을 전했다. 곽도원을 향한 관객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이미 4년을 묵힐 대로 묵힌 탓에 2025년으로 넘어가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
'소방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작품 흐름상 곽도원의 분량을 편집할 수 없었지만 모든 포스터와 스틸컷에 곽도원을 제외했고, 홍보 또한 주변 배우들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가했다. 곽경택 감독과 배우들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원망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행히 곽도원 리스크는 영화의 진심에 위해를 가하지 못했고, 4년의 설움을 압도적인 사전 시사 호평으로 보상받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개봉 전날인 3일 늦은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비상계엄이 해제돼 개봉 당일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하기는 했으나 탄핵 시위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개봉 첫주 주말(7~8일) 동안 '모아나2'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이후 지난 9일 주말 관객 입소문으로 1위를 탈환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라는 사실이 퍼지면서 불매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제22회 국회의원인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당론에 따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7일 탄핵 소추안 표결 당시 국회를 이탈한 바 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11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에 대해 "검찰 수사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하며 "당론으로 탄핵 반대가 정해졌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고 밝혔다.
'소방관'이 탄 롤러코스터는 입소문이라는 오르막을 오르자 곽규택이라는 내리막을 맞닥뜨렸다. 혈연 연좌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만큼 영화 관람을 고려하는 사항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소방관'의 운명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