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쿼터 0점, '김단비 원맨팀' 우려 현실로 [WKBL]

2024-12-17     신희재 기자

[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0-14.

처참한 스코어가 나왔다. 최종 결과보다 전광판에 찍힌 1쿼터 점수가 더 주목받고 말았다. 

지난 16일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과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경기. WKBL 26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 쿼터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이 나왔다. 홈팀 우리은행이 굴욕을 당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4대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1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팀이다. 프로야구 KIA(기아) 타이거즈(12회)보다 우승 횟수가 많다. 지난 시즌 또한 챔피언결정전 3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1쿼터에 시도한 16개의 슈팅이 모두 림을 외면하면서 선수단 전원이 고개를 떨궜다. 

에이스 김단비의 부상 여파가 매우 컸다. 우리은행은 직전 경기였던 13일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 원정서 악재를 맞았다. 김단비가 2쿼터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후 부상 투혼을 발휘해 KB스타즈전 52-46 승리를 이끌었으나 16일 신한은행전엔 결장했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김단비 의존도가 매우 높은 팀이다. 지난 시즌 우승 후 가드 박지현, 박혜진, 포워드 최이샘, 나윤정 등 핵심 자원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단비는 체력 관리가 필요한 베테랑임에도 14경기에서 37분 11초(리그 1위) 동안 코트를 누볐다.

그럼에도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이어갔다. 평균 21.4점 10.3리바운드 3.9어시스트 2.2스틸 1.8블록을 마크하면서 득점, 리바운드, 블록, 스틸 리그 1위에 올랐다. 현시점 가장 강력한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김단비가 빠진다는 건 우리은행이 평균 20점짜리 득점 루트를 잃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올 시즌 15경기 평균 59.9점을 기록했으나 16일 신한은행전은 43-57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WKBL 역대 최고 명장으로 불리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손쓸 방도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16일 경기를 끝으로 WKBL이 올스타전 휴식기에 돌입한 점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 4일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전까지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리그 2위(10승 5패)를 달리고 있는 우리은행은 에이스 김단비가 돌아오면 다시 우승권 전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한 쿼터 무득점의 충격을 털어내려면 후반기에는 김단비 외 선수들의 성장이 절실하다. 가드 심성영, 포워드 이명관, 한엄지 등이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신한은행전에서는 가드 미야사카 모모나(일본), 이민지가 11점으로 분전했다.